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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참 질긴 사람들[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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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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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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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국민연금의 역사에는 '참 질긴 사람'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도입된 건 1988년이다. 근거법은 1986년 말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법이다. 그런데 제정안이 아니라 개정안이다. 과거에도 법이 존재했다. 국민연금법의 전신인 국민복지연금법이 1973년 국회를 통과해 이듬해 시행될 예정이었다.

이 때 등장하는 인물이 김만제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대원장이다. 30대에 국책연구원장이 된 김 전 원장은 1972년 국민연금 도입을 처음 건의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를 전격 수용한다. 하지만 석유파동의 영향으로 국민연금 도입은 물건너갔다.

전두환 정권은 국민연금 도입에 회의적이었다. 시기상조로 판단했다고 한다. 이 때 김 전 원장이 재등판한다. 김 전 원장은 1986년 1월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취임한다. '급'이 달라진 김 전 부총리는 국민연금 화두를 다시 꺼낸다.

'부총리 김만제'는 전 전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던 비행기 안에서 국민연금 도입을 정식으로 건의한다. '실록, 국민의 연금'은 당시 전 전 대통령의 반응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참 질긴 사람들이구먼. 좋습니다. 도입을 검토해보세요". 그 해에 국민연금법은 국회를 통과한다.

국민연금은 도입 초기에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로 시작했다. 국민연금에 40년 동안 가입했다는 전제로 생애 소득과 비교해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의 급여액의 비율을 의미하는 소득대체율은 초기 70%였다. 이후 몇 차례 개혁을 거쳐 2028년 40%까지 떨어지도록 설계됐다.

소득대체율이 '받는 돈'이라면 보험료율은 '내는 돈'이다. 1988년 도입 당시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3%에 불과했다. 보험료율은 이후 5년마다 3%포인트씩 올라 1998년 9%로 정착했다. 보험료율 인상은 인기 없는 정책이었다. 결국 20년 넘게 보험료율은 한번도 건들지 못했다.

정부의 추계가 맞다면 국민연금은 2057년 소진한다. 기록적인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소진 시기는 더 앞당겨질 전망이다. 국민연금 소진 이후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이다. 그 해 거둬 그 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부과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내는 돈'이 급격하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연금개혁 없이 지금의 구조로 국민연금이 소진되면 2057년에 필요한 보험료율은 24.6%다. 지금보다 약 3배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올해 태어난 아이가 한창 열심히 일할 나이에 너무나 큰 부담이다.

그런데 정부와 국회는 연금개혁을 두고 '핑퐁게임'만 반복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연금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모두 올리는 방안과 기초연금을 연계한 방안 등 4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국회는 정부가 책임을 떠넘겼다며 이후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그대로 연출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연금의 재정고갈을 우려하면서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국무총리 직무대행을 맡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논의를 진전해달라"고 했다. 국회와 정부는 몇년째 말잔치만 반복하고 있다.

국민연금 도입에 큰 역할을 한 KDI는 1986년 펴낸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을 소진하면 20%대의 부과방식 보험료율 전환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연금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10년대와 2020년대에 보험료율을 각각 12.5%, 15% 올리는 방안도 거론했다.

보고서에 이름을 올린 민재성, 김중수, 이덕훈, 서상목 등 거목들의 35년 전 혜안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 같은 개혁방향에 국회와 정부는 '질기도록' 소극적이다. 지금이라도 밀린 숙제를 해야 한다. 미래세대에게만 부담을 전가하는 건 기성세대들의 무책임을 넘어선 폭력이다.
연금개혁, 참 질긴 사람들[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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