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행 윤석열...국힘 전당대회 '보이지 않는 손' 부상할 듯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잠행이 길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일 나경원 전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국민의힘 당권 대진표가 윤곽을 갖췄다. 현재까지 총 10명 후보가 출마하면서 이례적으로 예비경선까지 치르게 된 이번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 야권 대선 주자 1위인 윤 전 총장 영입 문제는 선거전이 종반으로 흐를 수록 중요한 의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당권 주자들, 윤석열 '영입론' vs '자강론'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주호영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벌써 후보별로 윤 전 총장의 영입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놓으며 충돌하고 있다. 주호영 의원과 김웅 의원은 윤 전 총장과의 작은 인연까지 공개하며 자신이 그를 영입할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주 의원은 지난 13일 전·현직 의원 모임 '마포포럼' 강연에서 "윤 전 총장이 대구지검에 3차례 근무한 인연으로 자주 만났다. 서울에 사는 집도 같은 아파트이고 KTX에서 만나 대구지검까지 태워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입당 의사를 여러 채널로 확인했다면서 '퀵서비스'란 표현을 쓰며 당 대표가 되면 윤 전 총장을 최단 시간에 만나 최단 시간에 입당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은혜 의원은 "이른바 '중진'이라는 분들이 내세우는 당의 위기 타개책은 오로지 윤석열"이라며 "스스로 고쳐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고 아직 정치 참여 선언도 안 한 사람과 스치고 들은 인연까지 동원하는 정치는 낡은 정치"라고 꼬집었다.

김웅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사직하는 날 마지막으로 윤 전 총장을 뵙고 나왔다"며 개인적 인연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유력 주자인 윤 전 총장이 당 외곽에 머물게 되면 3자 구도가 우려되기 때문에 빠르게 입당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해진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조속한 입당을 설득하고 있다.


반면 4선의 홍문표 의원과 3선의 윤영석 의원은 김은혜 의원과 마찬가지로 당의 자강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들어오고 싶은 매력적인 정당이 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당 대표가 되면 윤 전 총장을 바로 만나겠다고 했다.
尹 역이용해 선거운동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윤 전 총장을 자신의 선거운동에 역이용하는 경우다. 그는 이날 "당 밖에 있는 주자들이 합류했을 때 기득권이 없는 상태에서도 경쟁할 수 있도록 공정하게 관리하겠다"며 "조기 입당과 합당을 통해 당내 경선에 최대한 많은 주자가 참여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출마선언 후 기자들과 만나 '경륜 부족'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 "밖에 있는 윤석열이 깜짝깜짝 놀란다. 안 들어오면 당신들 탓"이라고 했다. 유력 대권 주자인 윤 전 총장도 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자신의 경륜 부족을 우려하는 이들을 '윤 전 총장 입당 반대자'로 몰아세우는 전략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자신이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되어 국민의힘이 변화한 모습을 보이면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 남기보다 입당을 선택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잠행 길어지는 윤석열, 국민의힘 전대 이후 행보 본격화 전망전문가들은 현재의 국민의힘 당권주자 난립 상황이 정리되고 판세의 윤곽이 드러날수록 윤 전 총장 등 외부 대권 주자 영입 문제가 대두할 것으로 본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윤석열 전 총장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계속 논의될 것이고 그것을 국민들이 궁금해할 것"이라며 "윤석열 전 총장의 반응이 나온다면 더욱 국민들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으로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과정은 윤 전 총장의 향후 행보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당초 힘을 받던 윤 전 총장의 '5월 등판론'이 사실상 힘을 잃으면서 그가 장고에 들어갔단 관측이 힘을 얻는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정권교체에 대한 희망을 스스로 증명할 경우 윤 전 총장의 입당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시기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 전 총장으로선 당권 주자 누구와도 적을 만들지 않고 개입하지 않으면서 결과를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며 "전당대회 이후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