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에 美·日·中 반응은?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5.22./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소식을 타전한 외신이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미국 현지 언론은 한미가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있어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일본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일 3국의 협력을 언급한 만큼 한일 관계가 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고, 중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가운데 성명에 들어간 '대만' 언급에 대해 일부 비판했다.

"대북정책 관련 구체적인 방안 無"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대북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완료했다는 점에서 관련된 내용이 비중 있게 나올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번 정상회담에선 한반도 비핵화 문제보다 코로나19 백신과 기후변화, 대중국 문제 등이 주를 이뤘다고 미국 현지 언론들은 평가했다.


특히 한미가 4·27 판문점 선언과 6·12 싱가포르 성명 등을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명문화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부재했다"는 게 주된 반응이었다. AP통신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은 대북 정책 진전에 안달이 나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현재 북핵 문제에 그다지 큰 열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했던 방식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외에 세부적인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CBS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은 대북 정책에서 발전을 이뤘다면서도 구체적인 발전 수준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진척이 없는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지 않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그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미국에 심각한 위협으로 보면서도 북한과의 직접적인 대화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국빈만찬장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2021.05.22./사진= [워싱턴=뉴시스]

"미일 회담과 무엇이 달랐나" 주목한 일본일본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관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니치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일 3국 협력이나 쿼드(Quad)와 한국 사이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도 "바이든 대통령이 글로벌 및 지역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일본과의 다자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열린 미일 정상회담과 달라진 점을 비교하는 일본 매체도 많았다. 요미우리신문은 한미가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을 썼다는 데 주목하면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대화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NHK방송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 정상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악수도 했다고 전하면서 "백신 접종으로 미국 사회가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고, 지지통신은 "한 달여 만에 대인 접촉에 대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소인수 회담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05.22./사진=[워싱턴=뉴시스]

미적지근한 중국 "文, 레드라인 넘지 않았다" 중국은 미일 정상회담 때와 달리 직접적인 반응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주요 중국 매체는 이번 정상회담을 보도함에 있어 한미가 백신과 기후변화, 기술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지만 대만이나 남중국해 문제 등이 성명에 들어갔다는 데 대해선 아예 다루지조차 않았다.

다만 국수주의적인 성향의 환구시보가 운영하는 환구망은 한미가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했다면서 이는 "중국의 내정을 간섭하는 것"이라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왕이신문도 한미가 처음으로 대만 문제에 대한 문구를 성명에 넣었다면서 "이례적"이라고 부연했다.

미일 정상회담 이후 중국 매체들이 동시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반응은 온도차가 큰 셈이다. 일본과 달리 한국의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견제 포위망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문 대통령은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원하는 바를 얻어내며 미중 문제에 있어 한국의 원칙을 지켰다"고 평했다. 관변 학자인 뤼차오 중국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에 성명의 내용이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면서 "미국과 한국이 중국 문제에서 도달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합의"였다고 분석했다.

한편 공동성명에 들어간 '대만' 언급에 대만은 반색했다. 대만 외교부는 22일 오후 트위터 계정에 백악관의 한미 정상 공동성명을 소개하며 "한미 정상이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데 대해 우리의 감사를 표한다"며 "우리는 안전하고 역동적이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해 미국, 한국,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