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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머니게임과 분노 유발, 그리고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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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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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면 하루당 3500만원, 당신은 버틸 수 있습니까?

유튜버 진용진이 제작한 8편의 시리즈 영상 '머니게임'이 총 조회수 5800만회를 넘으며 화제다. 웹툰 작가 배진수의 3년전 웹툰을 소재로 인간 심리를 유튜브 특유의 '날 것' 으로 보여준다. 설정부터 흥미롭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 4억8000만원의 판돈, 여기에 생존을 위해 구입하는 제품 가격이 현실의 100배이고, 매일 출연자 1명을 탈락시킨다는 장치까지…남자 4명, 여자 4명 출연자들의 심리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나는 8편의 본편보다 출연진 사이의 후속 '논란'이 더 극적이라고 본다. 엄청난 조회수로 출연자 8명은 하루아침에 유명해졌지만, 시리즈 영상이 모두 공개된 후 믿기 힘들 정도로 서로를 '디스'한다. 이미 출연진 시사회를 통해 자신들이 찍은 영상을 다 함께 봤는데도 '악마의 편집'이라며 제작진을 비난하고, 서로의 카톡을 공개하며 '논란'을 키운다. 이런 논란을 출연자들은 다시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고 수 백 만회 조회수를 얻는다. 또 다른 유튜버들도 머니게임 출연자들의 입장 정리 영상을 제작해 논란을 키우며 수 십 만회 조회수를 올린다. 이쯤 되면 본편보다 부수적 논란들이 머니게임 흥행의 일등공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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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작가 라이언 홀리데이는 저서 '나는 미디어 조작자다'에서 2009년 개봉한 영화 '아이 호프 데이 서브 비어 인 헬'을 어떻게 홍보했는지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이 영화는 희대의 카사노바이자 여성 혐오자인 작가 터커 맥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홀리데이 홍보 전략은 간단했다. 맥스 자체를 '논란'거리로 만드는 것이다. 홀리데이는 먼저 영화 광고판을 일부러 훼손한 뒤 그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사진을 2곳의 지역 온라인 매체에 보낸다. 홀리데이 예상대로 해당 언론은 "LA 일부 주민들이 여성 혐오자인 맥스를 다룬 영화 개봉에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홀리데이는 멈추지 않고, 논란을 더 키운다. 이보다 큰 지역 언론들에게 "시민들이 영화관 앞에서 개봉 반대 운동을 할 수 있다"고 제보한다. 사실이 아닌 이 제보에 일부 언론은 만약의 충돌 사태를 취재하러 기자들을 영화관에 보냈고, 관련 기사들이 또 한번 나온다.

급기야 맥스 논란은 워싱턴포스트 같은 유력 언론사가 다루기 시작한다. 그러자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미국 심야 토크 방송과 아침 라디오 방송, 다른 메이저 신문사에서 앞다퉈 영화 담당자에게 인터뷰 요청을 보낸 것이다. 광고판 훼손에서 시작한 아주 작은 논란이 더 큰 논란으로 확산되며 적은 예산으로 만든 독립영화는 미국 전역으로 홍보됐다. 이후 이 영화의 DVD와 책은 훨씬 잘 팔렸다.

3
바이럴리티 전문가 조나 버거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콘텐츠에는 어떤 특징이 있다고 했다. 그중 하나가 분노다. 분노 유발 콘텐츠는 사람들 사이에 잘 공유된다.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 계속 보는 심리다. 홀리데이는 맥스를 여성 혐오자로 몰아세우며 논란을 자처했고, 그 논란에 불을 지피려 언론을 끌어들였다. 그러자 대중들은 맥스를 알게 됐고,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느냐"고 분노하며 맥스 이야기를 인터넷에 퍼 날랐다.

물론 머니게임 제작자나 일부 출연자가 홀리데이 식 방법을 썼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는 단지 '머니게임'이 콘텐츠 입소문의 요건인 '분노'라는 키워드를 만족시켰고, 논란을 키웠고, 그래서 더 화제가 되지 않았는가 하는 '현상'을 정리하고 싶을 뿐이다. 분노를 일으키는 콘텐츠는 공유를 낳고, 공유되는 콘텐츠는 더 큰 논란을 낳으며, 확장성이 배가된다. 이것이 유튜브 조회수의 공식이다.

그러나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이야기가 과연 공짜일까? 머니게임 논란에서 '분노'의 대가는 출연자들의 돌이킬 수 없는 '분열'을 불렀다. 출연진 뿐 아니라 구독자들도 극명하게 편이 갈렸다. 우리 사회에 수많은 분노 유발 콘텐츠들이 등장하면서 우리도 필연적으로 분열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당신은 지나치다고 보는가? 머니게임 속편이 나온다면 분노→논란→확장이라는 조회수의 고리들이 어떻게 변주됐는지 계속 지켜보며 기록하려 한다.

원종태 부국장
원종태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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