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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의 딜레마…SK 조대식을 위한 변명[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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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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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22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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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땡큐, 땡큐, 땡큐."

지난달 21일 한미정상회담 직후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 기업인들을 잠시 일으켜 세운 뒤 이렇게 세번 연발했다. 삼성·현대차 (225,500원 상승3000 -1.3%)·SK (275,500원 상승2000 -0.7%)·LG (97,800원 보합0 0.0%) 등 한국 4대 그룹이 총 394억달러(약 44조원)의 투자로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이 구축된 것에 대한 감사 인사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좋은 고용이 많이 창출될 것"이라며 미국 내 생겨날 새 일자리에 대해서도 박수로 고마움을 전했다.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이 기업과 기업인의 역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확인해준 명장면이다.

실제 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재정의 기반인 세금도 책임지는 핵심 경제주체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한국 기업이든 미국 기업이든 중요치 않다. 미국 정부가 할 수 없는 역할을 대신해주는 기업이 절대선(絶對善)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임직원과 주주, 고객,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 고통을 주는 부도난 기업이 그렇다. 임직원들은 하루 아침에 실직자로 전락하고, 주주들은 투자금을 날리게 되며, 지역상권은 무너져 내리게 된다. 국민혈세인 공적자금이 들어간 기업이 부도가 난다면 전국민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회사를 망하게 하는 것이야 말로 기업인이 자신의 책임을 던져버린 배임(背任) 행위이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에 대한 배신(背信) 행위다.

그런데 망해가는 회사를 살린 기업인이 박수가 아니라 처벌 위기에 몰리는 사례도 있다. 배임죄(背任罪)의 딜레마 때문이다. 검찰이 최근 900억원대 배임 혐의로 기소한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사건이 그런 예다. 한국의 현행법(형법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엔 배임죄로 처벌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5년 당시 SKC 이사회 의장이던 그는 1400억원 규모의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SK텔레시스 유상증자에 700억원을 투자토록 주도해 SKC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SK(주) 재무팀장으로 있던 2012년에도 재무상태가 나빴던 SK텔레시스에 SKC가 199억원을 투자토록 결정한 것도 검찰은 배임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SK텔레시스는 유상증자 이후 기사회생했다. 이듬해인 2016년부터 흑자로 돌아선 후 4년 연속 수익을 내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SKC (159,500원 상승1500 0.9%)의 이사회 결정으로 부도를 막은 것이다. 만약 배임죄가 무서워 7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지 않았다면 조 의장은 기소를 면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기업인의 책무를 져버리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기대를 배신했다는 불명예를 평생 짊어져야 했을 것이다.

법조계에선 오래전부터 배임죄의 모호성을 지적해왔다. 어떤 행위가 임무에 위배되는지, 배임죄에서 규정한 손해와 이익은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인지 모호한 만큼 배임죄를 폐지하거나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배임죄 무죄율이 일반 범죄의 무죄율보다 5배 정도 높은 이유가 이를 뒷받침한다.

배임죄를 형법으로 다루는 국가도 한국과 독일, 일본 등 극소수 불과하다. 미국엔 배임죄가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독일과 일본은 걸리면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 한국과 달리 배임죄 적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현재로선 법원만이 이런 배임죄의 딜레마를 바로 잡을 수 있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는 기준이 이번 조 의장 사건 판결을 통해 세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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