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 때리며 가혹행위에 성추행… 해병대 악질 선임, 1심 '집행유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해병대에서 군 생활을 했을 당시 후임들을 강제 추행하고 가혹 행위 등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게 1심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A(23)씨에게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전날 선고했다. 40시간 성폭력치료 강의와 120시간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부대 생활관에서 후임병 B씨의 손을 강제로 B씨 하의에 넣도록 강요해 신체를 만지게 하는 등 7회에 걸쳐 후임병 2명을 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6월부터 8월쯤까지는 당직자였던 C씨가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말하자 5분 간격으로 담배를 총 6개 피우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취침 장소 안에서 전등을 켜거나 일부러 이름을 부르는 행위로 후임들의 수면을 일정 시간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이 밖에도 A씨는 후임병 목을 조르며 벽에 밀치고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후임이 근무 중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뺨 맞을 준비하라"며 협박 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과 신상정보 공개고지 5년을 구형했다. 결심공판에서 A씨 측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재판부의 선처를 구했다.

A씨 측 변호사는 "A씨가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했고 피해자들과 합의했다"며 "군대 사회 폐습의 영향을 받은 점, A씨와 피해자들이 국방의 최전선에서 국방의무를 완료한 점 등을 고려해 법이 정하는 한도 내에서 선처를 구한다"고 말했다.

A씨도 "해병대 생활을 하면서 제 입장에선 장난이었던 행동이 전우들한텐 상처가 됐는지 뒤늦게 깨달았다"며 "제가 저지른 행동에 대해선 깊게 뉘우치고 반성하면서 지내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 측 주장의 일부를 받아들였다. 같이 샤워를 하던 후임에게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번갈아 뿌린 행위 등에 대해선 가혹행위로 인정하는 대신 피해자가 견디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해선 "A씨가 후임병인 피해자를 대상으로 상당기간 지속적으로 교묘하게 비상식적인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나쁘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자긍심을 가져야 할 군복무를 고통의 시간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피해자들이 A씨와 원만히 합의해 처벌을 원치 않은 점, A씨가 병영 문화에 경도돼 사건을 저질렀던 것으로 보여 특수 공간을 벗어나선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을 보이지 않는 점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