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희 방치 논란' 백건우 문자 공개…"미치겠다, 내 번호 없애라"

/사진=MBC 'PD 수첩' 방송화면

배우 윤정희의 남편이자 세계적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아내의 치매 증상이 악화되자 연락을 피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지난 7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성년후견인제도와 영화배우 윤정희를 둘러싼 방치 논란을 다뤘다. 올해로 78세인 배우 윤정희는 국내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24회 수상하고 칸 영화제 초청도 받은 바 있다. 그는 2017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윤정희의 남동생은 "누나를 구해주세요"라며 PD수첩 측에 연락을 취했다. 남동생에 따르면 백건우는 누나의 위치를 알려주지도 만나지도 못하게 했다.

윤정희의 여동생은 백건우가 2019년 1월 어머니의 부고 당시 백건우가 연주 일정을 이유로 장모의 빈소를 찾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정희 여동생에 따르면 백건우는 당시 윤정희가 단기기억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하루에 여러 번 연락을 취했으나 피곤을 호소하며 자신에게 '연락을 피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윤정희 여동생이 공개한 메시지에는 '하루종일 수없이 답을 해도 소용이 없다. 본인도 미치고 나도 미치겠다' '파리선이 안 좋은 것 같다고 하고 피해. 그리고 문자 지워' '언니 모르게 전화번호 없애고 수면유도제를 줘라'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윤정희 여동생은 "(백건우가) 전화가 와서 언니가 자기 얘기 물어보고 하면 자기를 생각나지 않게 하라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백건우는 국내 연주회 일정으로 귀국한 후에도 아내 윤정희를 만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MBC 'PD수첩' 방송화면

PD수첩 측이 만난 백건우는 윤정희의 방치 논란에 대해 "될 수 있으면 조용히 이걸 했으면 좋겠다. 어쨌든 딸이 법적 보호자니까 그쪽에서 한마디를 하는 것은 맞다"며 후견인에 대해서는 "본래는 나하고 우리 딸이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 뒤 제작진과 만남을 끝냈다. 이후 그는 제작진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프랑스 국적을 가진 백건우와 윤정희의 딸은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그는 활동과 함께 윤정희를 돌보겠다며 윤정희의 후견인을 신청했다. 윤정희의 딸은 후견인이 된 후 윤정희 동생들과 엄마의 연락을 제한하고 있었다. 연락은 한달에 한 번만 허용하고 이마저도 2주 전에 협의가 돼야 가능했다. 윤정희 동생들이 프랑스로 보낸 편지도 반송시켰다.

딸은 지난해 10월 서울 가정법원에 윤정희의 국내 후견인으로 자신을 지정해달라는 성견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딸은 윤정희의 재산을 처분할 수 있게 된다. 딸은 한국에 있는 윤정희의 예금을 프랑스로 송금, 총 시세 44억원의 아파트 2채를 매각하기 위한 서류도 법원에 제출했다.

윤정희 남동생은 "형제들과 소통도 막고, 그렇다고 자기 엄마를 제대로 돌보는 상황도 아니다. 저희도 공동후견인으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랑스 법원은 딸의 손을 들어줬다. 공동후견인으로는 한 후견협회가 섭외됐다.

윤정희의 동생들은 이해관계 없는 제3자를 후견인으로 선임해 누나의 재산이 간병과 치료에 쓰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윤정희 남동생은 형제들이 윤정희의 재산을 처분하려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에 "어떻게 다른 형제의 재산을 노릴 수 있나. 그게 법적으로 가능한가. 그거는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고 부인했다.

'PD수첩' 제작진을 만난 딸은 윤정희 방치 논란에 대해 "제대로 된 세상이라면 사람들이 진실을 보도할 거다. 논란을 키우고 싶지 않다"며 "선생님과 동료분들이 집에 오시는 것 절대 안된다. 아픈 사람을 성가시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딸이 주장한 간병인이 주 4회 방문하고 가정부는 주 3회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확인하기 위해 파리 근교의 윤정희 집을 찾았다. 이웃들은 윤정희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또 윤정희의 집에서 나오는 이는 세입자 말고는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후견인 측은 보호라는 명목으로 윤정희를 보여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