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 분석, 뇌과학...4차원 '기초과학' 산실된 IBS 출범10주년

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사진=기초과학연구원(IBS)

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은 18일 "과학은 그동안 경제 발전의 축으로 여겨졌지만 이젠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 됐다"며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인간·사회를 위한 '새로운 발견'을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IBS 출범 10주년을 맞아 개최한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노 원장은 향후 IBS 10년 비전으로 "2차전지에 대한 기초과학 연구가 자동차 산업을 바꾼 것처럼, 기초과학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여는 발견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이같이 공언했다.

그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그 사례로 들었다. 그래핀은 영국인 연구자가 흑연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뗐다 반복하는 방법으로 분리해낸 물질이다. 그래핀은 잘 휘어지면서도 강도가 강철보다 200배 높아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등 산업 전 분야에 활용된다. 이 연구자는 2010년 그래핀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물리학상을 받기도 했다.


노 원장은 이처럼 다소 무모해 보이는 기초과학 연구도 '새로운 발견'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봤다. 이를 통해 과학뿐만 아니라 산업까지 바꿀 수 있다고 본 것이다. IBS는 향후 새로운 연구지평을 중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심(深)우주 물질 연구, 뇌과학, 양자정보과학, 금성 대기 분석 등 이전에 없던 연구가 그 사례다.
━'투자 방식' 1등 연구자에서 신진으로━IBS는 2011년 11월 한국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관이다. 기초과학 연구를 전문 수행하며, 25개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처럼 매년 연구성과를 평가받지 않는다. 장기간 연구해야 하는 기초과학 특성상 실제 8년 차 평가를 받는 특징이 있다. IBS는 현재 연구 예산 2500억원, 연구단 30개에 달하는 기관으로 거듭났지만, 초창기에는 인력 영입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IBS 초창기 10년은 '1등 연구자 모으기'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노 원장은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결국 '사람'을 모으는 일을 했다"며 "현재 30개 연구단에 단장 30명은 모두 각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자로 거듭났다"고 했다. 그는 "미래 10년은 젊은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투자할 것"이라며 "지금 연구자를 평가하면 '잘하느냐 최고로 잘하느냐'이지만, 앞으로 절반은 그런 평가가 나오지 않을 걸 감수하고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BS는 지난 10년 동안 거대 과학 시설과 기초과학 인프라를 구축했다. 서울대·한국과학기술원(KAIST)·포항공과대학교(POSTECH)·울산과학기술원(UNIST)·광주과학기술원(GIST) 등에는 캠퍼스 연구단을 꾸려 세계적 과학자를 모았다. 이를 통해 코로나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 세계 최초 완성, 우주 암흑물질 미스터리 검증, 세계 최초 무결점 그래핀 제작 등 새로운 발견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2016년 IBS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연구소, 라이징 스타(Rising Star)' 11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IBS는 미래 10년도 장기·집단·대형 연구를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한민국 대표 연구기관' '세계를 선도하는 기초과학 연구소'라는 2대 발전 목표와 ▲세계 최고 인재에게 자율적 연구 기회 보장 ▲기초·혁신 분야 중심 연구단 구성 ▲장기·대형연구를 선도하는 조직체계 마련 ▲안정적 연구를 뒷받침하는 성과평가 시행 ▲국가 기초과학 연구시설 활용 주도 ▲국내 기초과학 동반성장 견인 등 6대 추진 전략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