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배민, '상품노출 기준' 계약서 안 쓰면 과징금 문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조성욱(왼쪽) 공정거래위원장,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11.16.

앞으로 구글,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국내외 20여개 이른바 '공룡 온라인 플랫폼'은 입점업체의 제품·서비스를 어떤 기준으로 노출하는지 등을 담은 계약서를 입점업체에 주지 않으면 정부로부터 과징금 등 제재를 받을 전망이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24일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를 열고 온라인플랫폼 관련 총 7개 법안 등을 심의한다.


정부와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현행 공정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등으로는 온라인 플랫폼의 입점업체 대상 갑질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지난해부터 총 7개의 유사 규제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정무위는 7개 법안 가운데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하 플랫폼법)을 중심으로 심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발의한 플랫폼법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하 플랫폼이용자보호법)과 중복 문제가 불거져 처리가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최근 당·정·청 협의를 거쳐 조정안을 마련하면서 연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당과 공정위는 올해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12월 9일까지 플랫폼법을 최종 통과시킨다는 목표로 이 경우 공포 1년 후 시행된다.

당·정·청 협의를 거쳐 수정된 플랫폼법은 규제 대상을 '연간 중개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금액 1조원 이상인 플랫폼 중 과기부와 협의해 시행령으로 정한 플랫폼'으로 규정했다. 플랫폼법이 기업 혁신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당초 계획보다 규모 기준을 10배 상향했다. 정부는 구글,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국내외 20여개 공룡 플랫폼이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플랫폼 업체들은 입점업체에 대한 계약서 교부 의무가 생긴다. 계약서에는 입점업체 제품·서비스가 플랫폼에서 노출되는 주요 순서·형태·기준 등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계약서에 이와 같은 필수 기재사항이 제외되거나, 아예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는 경우 공정위는 플랫폼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플랫폼 업체는 서비스 제한·중지, 계약 해지·변경이 있을 경우 반드시 입점업체에 미리 통지해야 한다. 아울러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인 △구입강제 △경제상 이익제공 강요 △불이익제공 △경영간섭 △부당한 손해전가 등도 금지된다.

플랫폼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공정위가 추진하는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도 동시에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 플랫폼법이 플랫폼 업체의 입점업체 대상 갑질을 막기 위한 법이라면, 전자상거래법은 플랫폼 업체와 소비자 간 거래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 두 법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공정위는 지난 3월 플랫폼 업체의 소비자 대상 정보 제공 확대, 책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후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 등이 공정위 전부개정안과 비슷한 취지의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공정위는 별도 정부안을 발의하지 않았다. 정무위는 유사 법안들을 병합 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무위 소관 플랫폼법과 별개로 과방위는 플랫폼이용자보호법 처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정·청은 협의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플랫폼법, 전자상거래법과 중복되는 플랫폼이용자보호법의 사전·사후 규제를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