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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살림 거덜 날라"…'한국판 재정준칙' 내놨지만 혹평,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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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재희 기자
  • 김훈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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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0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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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국회에서 잠든 재정준칙(下)

[편집자주] 정부는 2020년말 나랏빚과 재정적자에 제한을 두는 '한국판 재정준칙' 수립을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코로나19(COVID-19) 대응 과정에서 급증한 국가채무를 관리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겠다는 의도지만 재정준칙은 1년이 넘도록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재정준칙은 과연 현 정부 임기내 만들어질 수 있을까.


"나랏빚이 GDP보다 더 많아도 OK"?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추진 브리핑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재정의 역할 수행 등으로 국가채무와 재정수지 적자가 크게 증가됨에 따라 실효성 있는 재정 관리를 위한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0.10.5/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추진 브리핑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재정의 역할 수행 등으로 국가채무와 재정수지 적자가 크게 증가됨에 따라 실효성 있는 재정 관리를 위한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0.10.5/뉴스1
나라살림의 과도한 씀씀이를 막는 마지노선이 재정준칙이지만, 정부가 마련한 재정준칙을 놓고 '맹탕' 혹은 '고무줄'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GDP(국내총생산)를 늘려잡을 경우 국가채무·통합재정수지 비율이 크게 낮아져 재정준칙의 구속력이 느슨해진다는 점에서다. 또 재정준칙 산식상 국가채무 비율 60%와 통합재정수지 -3% 가운데 어느 한쪽을 총족하지 못해도 다른 하나가 메워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도 지적된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한국형 재정준칙' 산식은 '(국가채무 비율/60%)×(통합재정수지 비율/-3%)]≤1.0'이다. 정부는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한도를 60%,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비율이 -3%로 잡고, 초과 비율을 곱한 값이 1 이하일 경우 재정준칙을 준수하는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재정준칙 적용시점은 2025년부터다.

정부가 지난해 9월 2022년 예산안과 함께 제출한 '2021~2025년 중기재정전망'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국가채무비율은 58.8%,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3%다. 이 수치를 재정준칙 산식에 넣어보면 기준값인 1보다 작은 0.98로, 준칙을 준수한다는 것으로 나온다.

2025년 국가채무 전망치는 140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국가채무 965조3000억원보다 400조원 넘게 증가함에도 재정준칙을 위반하지 않는 것은 정부가 GDP 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늘려잡았기 때문이다. 국가채무 비율과 통합재정수지 비율 계산시 분모가 되는 명목 GDP를 늘려잡으면서 국가채무 비율이 단 11.5%(p)만 오른 것이다. 여기에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지난해 90조3000억원에서 2025년 72조6000억원으로 크게 줄어들면서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비율이 -4.4%에서 -3%로 개선되는 영향도 있다.

GDP가 재정준칙의 영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1~2030년 중기재정전망'에서는 2025년 국가채무 비율 61%, 통합재정수지 비율 -3.4%를 재정준칙 산식에 넣을 경우 기준치 1을 넘어서는 1.15가 나온다. 정부의 중기재정전망에선 분모인 2025년 GDP를 2396조원으로 잡은데 반해 예정처는 2362조원으로 30조원 가량 적게 잡은 결과다.

사진 제공=기획재정부
사진 제공=기획재정부
재정준칙이 국가채무비율이나 통합재정수지비율 등 지표 하나만 충족할 경우 빚을 크게 늘릴 수 있도록 돼 있다는 비판도 있다. 가령 국가채무 비율이 100%까지 올라도, 통합재정수지 비율이 -1.8%이라면 재정준칙 산식값이 0.99가 나와 준칙을 지킨 게 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가운데 달러·엔화·유로화 등 기축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멕시코 등 14개국의 평균 국가채무비율은 2019년 기준 42% 수준이다. 비기축통화국인 우리 경제가 국가신용도와 향후 성장동력 등을 감안해 감당할 수 있는 국가채무비율을 60%로 설정하고도, 당해년도 재정적자 비율에 따라 채무비율 기준을 넘어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 교수는 '재정준칙 해외사례 비교 및 국내 도입 방안 보고서'에서 "독일·스웨덴과 비교하면 정부 재정준칙은 재정적자 허용 폭이 크고, 국가채무 비율은 산식에 따라 이론적으로 GDP 대비 100%도 허용하도록 설계돼 채무한도도 더 큰 셈"이라며 "△의무지출에 대한 페이고 원칙(각 부처가 정책을 만들 때 세입 증가나 법정지출 감소 등 재원 방안도 마련하도록 의무화) △총지출 제한 △국가채무비율 제한 등 재정준칙을 결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표 제공=기획재정부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표 제공=기획재정부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대선 공약에도 돈 얼마 드는지 공개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재정준칙 입법을 위한 국회의 논의가 1년 넘게 제자리에 머물면서 선심성 재정확대를 막기 위한 다른 제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가채무비율과 재정적자 비율 상한을 정하는 재정준칙 이외에 대표적인 재정건전성 관리 장치로는 '페이고'(Paygo) 원칙이 있다. 재정이 수반되는 사업에 재원조달방안을 함께 제출하도록 하는 것. 예를 들어 10조원 규모 재정사업을 제안하기 위해선 다른 불필요한 사업에서 예산을 삭감하는 방법으로 재정 총량을 유지하도록 한다.

페이고 원칙은 미국과 일본이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1990년 '예산집행법'을 통해 페이고 원칙을 도입했다. 당초 2002년 한시적으로 운영해온 페이고 원칙은 2010년 미국 재정이 악화된 이후 '페이고법'을 통해 제도화됐다. 일본은 총 지출한도를 규정한 지출준칙과 함께 페이고 원칙을 운용하고 있다.

"나라 살림 거덜 날라"…'한국판 재정준칙' 내놨지만 혹평, 왜?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선거 공약을 집행할 경우 드는 비용을 추산해야한다는 요구도 있다. 현행 국회법은 국회의원이 예산이나 기금이 들어가는 법안을 제출할 경우, 법안에 필요한 비용 추계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새 제도나 법 시행으로 필요한 국가재정을 계산해 필요성을 따지자는 제도다. 하지만 선거 공약으로 나오는 재정사업에는 비용추계의무가 없어 '선심성' 공약이 남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역시 선거 공약에 따른 재정 영향을 분석하려던 시도가 있었다. 기획재정부는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야 복지공약 실현을 한 예산 추정치를 공개했다. 정부의 선거개입 지적을 피하기 위해 여야 공통분야를 중심으로 비용을 추계한 것이지만 발표 하루 만에 중앙선거관리 위원회가 "공무원의 선거 중립의무를 어겼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당시에는 해프닝에 그쳤지만 선거공약에 대한 비용 '견적'을 내야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2016년 공직선거법 등 관련법 개정의견을 내면서 선거공약 비용추계 제도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대선과 총선 선거일 18개월 전부터 공약에 대한 비용추계를 지원할 기구를 설치하고 재정투입규모 30억원 이상 공약에 대해 비용추계를 요청하도록 한 방안이다. 이렇게 추계한 비용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공개해 유권자들이 선심성과 효과성 등을 판단하도록 했다. 선관위는 2018년에도 동일한 '선거공약 비용추계' 제도 도입을 주장했으나 정치권의 외면에 결국 무산됐다.

재정당국 내부에서도 2012년 공약 비용 추계 사례를 들어 선거공약 비용추계 제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여야의 선거 공약은 선거결과에 따라 추진이 확정되는 만큼 재정에 직접 영향을 주는 요소"라며 "2012년 비용추계는 당시 선관위의 경고로 마무리됐지만, 제도화를 거쳐 의무화를 생각해볼만한 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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