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0억 횡령' 오스템임플란트에 3000억 빌려준 은행들 "예의주시 모니터링"

국내 임플란트 1위 제조기업인 오스템임플란트 (1,900,000원 0.00%)에 1880억원대 횡령 사건이 터진 가운데 약 3000억원을 대출해 준 은행들이 혹시 모를 신용 위험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신용등급 재평가를 준비하는 등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 은행들은 대형 사고가 발생했지만 오스템임플란트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양호한 만큼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 경과 등을 지켜보면서 신중히 대응할 계획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오스템임플란트의 은행권 차입액은 모두 3025억원이다.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 차입금은 1085억원 규모로 파악된다. 우리은행이 대출액 1073억원으로 가장 많고 산업은행 804억원, 수출입은행 250억원, 신한은행 212억원, 기업은행 193억원, KB국민은행 46억원 등의 여신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작년 4분기 대출액의 절반 가량을 상환받아 작년 말 기준 잔액은 536억원 수준이다.


은행들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데다 횡령 자금 회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오스템임플란트가 대출을 갚는 데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작년 3분기까지 95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지난해 연간 이익 규모가 1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 현금흐름이 양호하고 보유 중인 현금도 충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당장 신용을 재평가해 대출을 회수하거나 금리를 조정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매년 전년 결산 후 거래기업에 대한 정기 신용평가를 진행하고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수시평가가 가능하다"면서도 "상황이 유동적이긴 하지만 현재로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단계"라고 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경찰 조사 결과와 신용 재산정을 위한 평가 자료 등이 나오면 신용등급 재평가를 할 수 있다"고 했다.

3000억원 넘게 대출해 준 은행들이 신중한 대응을 강조하는 건 과도한 시장의 우려나 대출 회수 움직임이 기업과 주주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내부통제 미흡 등 비영업적 문제로 대형 사건이 터져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오스템임플란트의 기업 활동과 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신용위험을 올리거나 대출을 회수하려고 앞서 나갔다간 기업과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은행들은 다만 경찰 수사나 한국거래소 상장폐지 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상황이 급변할 수 있는 만큼 바짝 긴장한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코스닥 상장사 오스템임플란트는 재무 담당 직원 이모씨가 지난해 10월 회삿돈 1880억원을 빼돌리는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고 최근 공개했다. 이씨는 횡령액으로 반도체 장비업체인 코스닥 상장기업 동진쎄미켐 주식을 1430억원 어치 매수했다가 손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의 행방과 횡령 자금을 좆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