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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쟁자 고사시키는 '이윤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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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병희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구조개선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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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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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희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구조개선정책관/사진=공정위
고병희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구조개선정책관/사진=공정위
무역 거래와 관련해 덤핑 판매가 문제가 된다는 뉴스를 종종 본다. 싸게 팔아 경쟁자를 시장에서 내쫓는 것은 일견 불공정한 행위처럼 느껴지지만 경쟁자보다 더 싸게 팔 능력이 있어 가격을 낮추는 것은 사실 공정한 경쟁 과정이다. 문제는 그냥 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손해를 보면서까지 싸게 팔 때 발생한다. 원래 자금력이 풍부했던 기업이 자신의 비용 이하로 물건을 팔아 경쟁자를 시장에서 쫓아내고, 이후 독점이 되면 가격을 다시 올리는 것이다. 이를 약탈적 가격책정이라고 한다.

몇 년 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윤압착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싸게 파는 행위를 제재했는데, 작년 여름 대법원에서 위법행위로 인정받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이윤압착 판례였다. 이윤압착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기업 A가 금을 독점하고 있고 기업 A로부터 금을 구입해서 금시계를 만들어 파는 수많은 금시계 제작사들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어느 날부터 기업 A가 스스로 금시계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기존의 금시계 제작자들은 기업 A의 고객이면서 동시에 기업 A의 경쟁자가 되었다. 원래 금시계를 위한 금값이 1만원이어서 시계 제작자들이 자신의 공임과 약간의 이윤까지 포함해서 금시계를 1만5000원에 팔고 있었는데, 새로 시장에 들어온 기업 A는 금시계를 9000원에 팔기 시작했다. 기존 금시계 제작자들은 금값도 안 되는 9000원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었고, 금 독점업자였던 기업 A는 금시계 시장도 장악하게 되었다. 그런데 금시계 가격 9000원이 기업 A에 손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사실 1만원에 팔고 있던 금의 생산비는 훨씬 작았던 것이다. 그런데 기업 A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가격을 낮춘 것은 아니므로 약탈적 가격책정은 아니다.

공정위의 실제 사건은 일부 이동통신사들이 기업메시징서비스 사업을 스스로 영위하면서 독립 사업체들의 이통사 고객들에 대한 평균 접속사용료보다도 더 싼 가격을 기업들에게 제시한 사건이었다. 기업메시징서비스 사업은 카드사 문자 같은 것인데, 이때 사업자들은 카드사로부터 요금을 받고 각각의 이통사들에 접속사용료를 지불한다. 대법원은 이통사에 대한 접속은 기업메시징서비스에 필수적이고,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서 이통사들의 경쟁력은 실제 경쟁력이 아니라 이용자들을 독점적으로 보유하는 시장구조에서 나온 것일 뿐이라고 보았다. 이통사들은 접속사용료를 스스로에게 지불하지 않는데, 이를 제외한 채로 경쟁력 있는 사업자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한 가지 의문은 남는다. 기업 A는 왜 금시계 시장을 독점으로 만들려고 할까? 어차피 금을 독점하고 있으니 금값을 적당히 잘 조정하면 금시계 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윤까지 모조리 흡수할 수 있다. 그러니 굳이 금시계를 또 만드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 모순을 설명하기 위해서 지난 수십년간 많은 경제이론들이 개발되었다. 금시계 시장에서 기술 발전이 있는 경우, 금시계 시장의 신기술이 금시장을 위협할 수 있는 경우 등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는 이통사들이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하지만 향후 다시 유사한 사건이 심의될 때는 경제학적 논리가 필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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