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골목식당 꿈꾸나요" 청년키움식당으로 오세요

머니투데이

정혁수 기자

청년키움(베지베어)

늘상 시청률에 울고 웃는 방송가에 '요리' 프로그램은 손꼽히는 성공 테마주중 하나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채널 tvN '의 '윤식당'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에서는 윤여정 배우와 같은 유명 연예인들이 직접 요리를 하고, 손님과 소통했는 데 이게 젊은층의 취향을 저격했다. 오죽하면 젋은 남성들이 가장 듣고픈 이름중 하나가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이 됐을까.

최근 몇 년새 외식창업을 꿈꾸는 젊은층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같은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과거 3D업종으로 분류됐지만 이제는 전문직으로 인식되는 데다, 입소문이 나면 수입도 적지 않다. 명문대를 졸업한 뒤 일본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다 우동맛에 빠져 사표를 낸 '늘공'(직업공무원)도 있다. 귀국 후 우동집을 창업한 그는 이제 잘나가는 외식업계 인사로 유명하다.

하지만 '창업=성공'이라는 인식은 금물이다. 창업 비용이 적지 않은 데다가, 의욕만 너무 앞세우다 보면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철저한 시장분석과 해당 분야에 대한 노하우(know-how)가 축적돼 있어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가진 돈도, 경험도 충분치 않은 청년층으로서는 외식 창업은 사실 '산넘어 산'이다.

청년키움(본앤하이리)

청년키움(청키파이)

청년들에게 인큐베이터(incubator)가 필요한 이유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실시하고 있는 '청년키움식당' 지원사업은 청년들의 재기발랄한 꿈을 지켜주고, 이들을 응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짧게는 4주, 길게는 3개월까지 실질적인 사업장 운영기회를 제공한다. 청년키움식당이 외식창업의 샌드박스와 같은 역활을 하고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민성주 베지베어 공동대표는 "채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있어 비건(vegan)식당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문제는 외식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고, 투자비용과 경영을 감당하기엔 자신이 없었다. 청년키움식당은 실패하더라도 그 충격이 훨씬 덜하다는 점에서 자신있게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베지베어는 이화여대 졸업생인 고다현·민성주·조은하 대표가 공동창업한 비건식당이다. 청년키움식당이 만들어 낸 대표적인 외식브랜드로 지금은 서울 신촌의 비건 맛집이자 명소가 됐다. 상호명은 '베지테리언(vegetarian)과 베어(bear)의 합성어로 고기를 넣지 않았지만 곰처럼 힘을 낼 수 있는 음식을 판매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베지베어는 채식주의를 지키면서도 고기류 음식이 부럽지 않은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식품성 고기인 언리미트, 비욘드미트 등을 활용한 요리개발에 힘썼다. 메뉴는 수시로 바뀐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석에서 요리해 시식을 하며 의견을 나눈다. SNS와 일일 팝업메뉴를 통해 메뉴를 소개하고 고객평가가 좋으면 청년키움식당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신메뉴로 출시하고 있다.

청년키움(쌈국수)

청년키움(소보로식당)

청년키움(라비에벨)

청년키움식당 사업은 2017년 처음 시작했다. 외식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창업 전(前) 직접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성공적인 창업을 유도하고자 했다. 사업장, 주방설비, 교육 및 컨설팅, 홍보비 등을 지원했고, 참가팀에서는 인건비, 식재료비, 수도광열비, 세금, 카드수수료 등을 자부담하는 방식이다.

사업 첫 해에는 1개소에서 12개팀(130명)이 참여했고 △2018년(5개소, 42개팀, 212명) △2019년(5개소, 40개팀, 210명) △2020년(7개소,46개팀,169명)을 거쳐 2021년에는 7개소, 51개팀, 189명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메뉴를 직접 개발하고 고객들을 맞이했다. 같은 기간 사업 지원예산도 1억원에서 9억8000만원으로 늘어났다.

베지베어 외에도 서울 은평점, 신촌점, 성수점과 경기 평택점, 충남 공주점, 대구 앞산점, 전북 완주점에서 많은 청년들이 다양한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키움식당에 참여한 청년들은 세계 10대 슈퍼푸드인 귀리를 주재료로 한 수제 그레놀라, 일본식 카레, 파스타,칵테일 디저트, 간장밥 등 각자의 창업 공간에서 신선하고 색다른 맛을 선사하고 있다.

청년키움식당 참가자들의 활동은 지역경제 활성화로도 이어진다. 농촌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개발하고, 지역농산물 소비를 위한 협약도 체결하고 있다. 완주점은 전북 완주지역 농산물 및 국내산 식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완주농산물 사용업소'로 지정되기도 했다.

문지인 농식품부 외식산업진흥과장은 "청년키움식당을 통해 외식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의 창업 역량을 키우고 성공적인 창업을 뒷받침해 나갈 수 있도록 더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