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이후 회사채 발행 급증… 수급 불균형 지속 우려

(서울=뉴스1)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연 1%에서 1.25%로 올라서 이른바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한국은행 제공) 2022.1.14/뉴스1

국내외 금리상승 기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한 가운데 새해 1월 회사채 순발행액이 전년 동월 수준의 2배 가량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다. 그것도 이달 중순 기준금리 인상 이후 발행이 급증한 점이 눈에 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1월 한 달간 회사채 발행액은 8조8068억원, 상환액은 5조664억원으로 순발행액은 3조7404억원을 기록했다. 이달 회사채 순발행액 규모는 지난해 1월(발행 7조4358억원, 상환 5조5414억원, 순발행 1조8944억원) 대비 97% 이상 증가한 규모다.


눈에 띄는 것은 최근 2주일, 즉 지난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된 이후 발행규모가 급증한 점이다. 이달 들어 14일까지 약 2주간 회사채 발행액은 1조2000억원, 상환액은 5853억원으로 순발행 규모가 6199억원에 그쳤는데 이후 2주간 발행액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순발행액 증가세는 회사채 뿐 아니라 공사채 등으로 구성된 특수채(1조1252억원→2조6964억원) 카드·캐피탈사들이 발행하는 기타금융채(9305억원→2조7666억원) 등에서 두드러졌다. 국채나 은행채 등에서는 전년 동월 대비 18~44% 가량 순발행액 규모가 줄었다. 민간 영역의 자금조달이 1월 들어 급증했다는 얘기다.

이같은 회사채 등의 순발행액 증가세는 향후 금리상승 기조가 본격화되기 전 자금을 미리 조달해두려는 수요 때문이라는 평가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이 빨라질 것이 예상되면서 1월 회사채 발행이 집중됐다"며 "금통위 이후부터 발행이 급증했고 이번 주(24일~28일)에 5조8000억원 수준의 회사채가 발행됐다"고 했다.


자금조달이 모든 신용등급 기업에서 순탄하게 진행되진 않는 모습이다. 등급별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는 얘기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A등급 회사채는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있는 AA등급 이상 우량채와 BBB등급 회사채 대비 투자심리가 부진했다"며 "CJ프레시웨이는 1000억원 모집에 48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했고 LS전선도 5년물 600억원 모집에 300억원만 확보하며 미스매칭(수급 불일치)이 발생했다"고 했다.

AA등급 이상의 경우 안정적인 신용등급이 매력적인 반면 BBB등급의 회사채는 이달 상장된 LG에너지솔루션을 시작으로 올해 대어급 IPO(기업공개)에 대비해 공모주를 더 많이 배정받기 위한 기관투자자들의 입질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발행액은 늘었지만 풍성한 자금유입에 따른 스프레드(지표금리 대비 가산금리)가 축소될 것이라는 종전까지의 기대감도 대폭 줄었다. 현대로템, 한진, 두산, 대한항공 등 BBB등급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나 현대제철, SK브로드밴드, 롯데렌탈 등 일부 우량등급 기업들에서만 언더발행(회사 측 제시금리 대비 낮은 금리에 발행)에 성공했을 뿐 다수 기업들은 밴드 대비 플러스(+) 스프레드, 즉 가산금리를 얹고 나서야 발행에 성공했을 뿐이었다.

회사채 시장의 온기가 빠르게 식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1~2월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를 기대했던 크레딧 시장 분위기는 매파적 금통위 이후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며 "1월 금통위 이후 실시된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가 예상과 달리 매우 저조했다"며 "1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발행 스프레드 확대로 연초 효과는 매우 짧게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금리상승 압박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회사채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투자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고 금통위 이후 금리 급등으로 채권관련 자금 유입이 크게 둔화된 점도 최근 회사채 수요약세의 주 요인"이라며 "회사채 투자수요 감소와 발행증가의 수급 불균형이 4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연초 효과와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에 대한 기대치를 크게 낮춰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표금리로 쓰이는 국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 1.798%에서 최근(28일) 2.189%로 높아졌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코로나 확산 초반이었던 2020년 8월 0.795%까지 낮아졌다가 지난해 10월 2%대를 상향 돌파했고 올해 들어 다시 상승폭을 키워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