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에 낀 TSMC의 비책?…반도체 아닌 "국제관계 박사 모셔요"

TSMC가 링크드인에 올린 채용공고 /사진=대만 인터넷

글로벌 최대 파운드리업체 TSMC가 국제관계 박사학위를 가진 분석가 채용공고를 내면서 대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모리스 창 회사 설립자가 TSMC가 '전략적 요충지'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TSMC의 지정학적인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6일 대만 최대 통신사인 중앙통신사는 TSMC가 최근 국제관계·정치경제 분야 박사학위를 가진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분석가 채용공고를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드인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통신사는 TSMC가 미중 경쟁 등 지정학적인 전개에 큰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TSMC는 채용공고에서 자사를 "글로벌 로직 반도체 산업에게 가장 뛰어난 수탁생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분투하는 회사"로 소개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우리의 사업이 양적으로 성장하면서 복잡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지정학적 경제적 변화가 반도체 산업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관심이 있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분석가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AFP

주로 기술인력만 채용하는 TSMC가 처음 국제관계학 박사 채용공고를 내면서 대만에서도 화제다. 오스틴 왕 미국 네바다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대만 정치학 영역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대만기업이 정치경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대만 싱크탱크 및 사회과학 발전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TSMC가 링크드인에 올린 채용공고에 따르면, 지원자는 국제관계·정치경제 박사학위가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최소 4년이상의 데이터 분석 또는 시장 조사 경험이 있어야 하며 미·중 정치경제 역학에도 익숙해야 한다.


대만 헤드헌팅업계 전문가는 "정치경제 전문가 중 반도체 산업을 잘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며 "TSMC가 이 같은 인재를 채용하려면 연봉으로 최소 400만~500만 대만달러(1억7200만~2억1500만원)는 줘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15일 저녁 기준, 해당 직위에는 이미 1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도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TSMC는 미국과 중국 양국에서 모두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지난해 TSMC는 중국 난징 공장에 2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ｍ) 생산라인을 건설한다고 발표했으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도 120억 달러(약 14조3000억원)를 투자해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격화되면서 중간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TSMC의 어려움도 커졌다.

또한 TSMC가 수탁생산한 반도체에 대한 글로벌 IT산업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TSMC는 전 세계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공급업체로 부상했다. 지난해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점유율 53.1%로 1위를 차지했으며 삼성전자가 17.1%로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지난 2019년 모리스 창 TSMC 설립자는 "TSMC가 글로벌 지정학에서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도 "TSMC의 지위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미국 반도체 산업은 공급사슬이 불완전하며 생산비용이 높기 때문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육성정책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