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사고' 물 탄 콘크리트 썼나 "총체적 부실로 인한 인재"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김규용(충남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왼쪽)과 김영국 기술안전정책관이 14일 오전 국토교통부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 1월 발생한 광주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3.14/뉴스1

HDC현대산업개발 시공하던 광주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는 총체적 부실로 발생한 인재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무리한 구조 변경, 하중을 지지할 가설 지지대(동바리) 조기 철거, 콘크리트 부실, 감리 부실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작업의 용이성을 위해 콘크리트에 물을 타면서 품질이 저하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토교통부 현산 아파트 붕괴사고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지난 1월 발생한 광주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 조사결과를 14일 발표했다.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지난 1월12일 39층(옥상층)과 38층 사이에 배관 등을 설치하는 별도의 층인 PIT층 바닥이 붕괴되면서 39층 아래로 16층 이상의 외벽이 파손·붕괴돼 근로자 7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했다. 이 현장은 지하 4층~지상 39층, 8개동, 총 847가구를 짓는 공사로 공사기간은 2019년 5월~올해 12월까지 예정됐다. 공사규모는 1237억원으로 '고급 아파트'로 알려진 아이파크 브랜드에서 발생한 사고여서 해당 지역의 충격은 더 컸다.

사조위는 건축구조, 건축시공, 법률 등 관련 분야별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돼 지난 1월 12일부터 약 2개월간 사고원인을 조사했다. 사조위는 △무리한 구조 변경 △하중을 지지할 동바리 조기 철거 △콘크리트 부실 △감리 부실 등일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김규용 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은 무단 구조변경의 책임 소재를 묻는 질문에 "총괄적으로는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에 책임이 있고 변경 주체는 재하도급업체인 가현건설"이라고 설명했다. 시공관리업체와 감리업체가 상호 확인하에 시행을 했어야 하는데 상호 간 확인이 안된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건축 구조와 시공 안전성 측면에서 보면 39층 바닥 시공방법 및 지지방식을 당초 설계도서와 다르게 임의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닥시공이 당초엔 일반 슬래브였는데 데크슬래브로 바뀌었고 지지방식도 당초 가설지지대(동바리)에서 콘크리트 가벽으로 변경됐다는 설명이다. 작업의 편의성을 위해 PIT층 하부를 지지할 동바리를 콘크리트 타설 시점 전에 먼저 철거한 것도 건물 연속 붕괴 참사로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슬래브 간격이 좁아 작업자가 재래식 거푸집 공법을 수행하기 어려워진 탓에 공법을 변경하게 된 것"이라며 "이는 구조 상태가 변경된 사항이어서 구조기술사의 구조안전성 검토를 받고 감리의 승인을 받아야 했는데 그것이 누락됐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붕괴 건축물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시험체의 강도시험 결과 대다수 시험체가 설계기준강도의 85% 수준에 미달했다고 밝혔다. 외벽이 붕괴된 17개층 중에서 15개 층에서 콘크리트 부실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콘크리트 강도 부족은 철근과 부착 저하를 유발해 결국 붕괴 등으로 이어졌다.

콘크리트의 강도가 발현되지 않은 원인은 복합적이다. 원자재의 품질 불량, 제조의 정밀도, 고층 압송의 과부하 조건, 간절기와 동절기의 양생기간 부족 등으로 파악되며 한 가지 원인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사조위는 '가수'(물을 더 넣는 것)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구조체에서 콘크리트 시험용 코어시험체를 체취해 강도시험을 한 결과 설계기준 강도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며 "고층의 콘크리트를 압송하는 작업환경이기에 용이성을 위해 가수를 하지 않았나 유추한다"고 덧붙였다.

사고관리 측면에서도 문제가 심각했다. 우선 시공 과정을 확인하고 붕괴위험을 차단해야 할 감리자의 역할이 부족했다. 공사감리 시 관계전문기술자와의 업무협력을 이행하지 않아 구조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감리자는 발주기관에 제출된 '건축분야 공종별 검측업무 기준'과 다르게 작성한 검측 체크리스트를 사용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가벽'에 대한 구조안전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