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바이든 등 美지도부 13명 '맞제재'...백악관 '농담'으로 대응

러시아 외무부의 미국 제재 성명 /사진=러시아 외교부 트위터

러시아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외교, 국방장관 등 미 주요 정부 인사들을 제재 목록에 올렸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이같은 조치에 농담으로 대응하는 등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웹사이트 등을 통해 성명을 내고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 미 정부 주요인사 13명을 제재 목록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미국 입국을 막는 전례없는 일련의 제재에 대응하는 상호주의 차원에서, 오는 15일부터 이들을 '금지 목록'(Stop list)에 올린다"고 밝혔다.

제재 명단에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밀리 합동참모본부 의장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달립 싱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서맨사 파워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처장 △헌터 바이든(바이든 대통령의 아들)△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윌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 △레타 조 루이스 미국 수출입은행장 등이 포함됐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가 취한 극심한 러시아 혐오 노선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며 "그러나 러시아의 국익에 부합한다면 미국과 공식적 관계 유지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며, 필요 시 제재 대상자들과 고위급 접촉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러시아 혐오를 조장하는 미국 관료, 군 관계자, 의회 의원, 기업인, 언론인 등으로 제재를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 대해 자산동결 등 각종 제재를 가한 바 있다.

이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의 발표에 대해 "크렘린궁이 의도한 목표물 하나를 놓쳤을 지도 모른다"고 농담을 했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 이름은 '주니어'(Junior)인데, 그들(러시아)이 실수로 그의 아버지를 제재 대상에 넣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제재 명단에 바이든 대통령을 'Joseph Robinette Biden' 이라고 표기했는데, 이는 바이든 대통령 부친의 이름이다. 미국에선 바이든 대통령을 'Jeseph R. Biden Jr.'라고 쓴다.

러시아 외교부가 텔레그램에 올린 미국 제재 리스트 /사진=러시아 외교부 텔레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