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기술 새나갈라"…머스크 '친中 행보'에 美의원들 걱정

[윌밍턴=AP/뉴시스] 지난해 7월 13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재판소를 나서는 모습.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친중' 행보에 미국 의원들이 불안감을 드러냈다. 특히 머스크의 스페이스X 사업과 관련해 미국의 첨단 기술과 기밀이 중국 측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머스크는 지난해 '인권 탄압' 논란이 있는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에 테슬라 센터를 열며 백악관의 '경고'를 받은 적 있다. 반면 머스크는 "중국이 이룬 경제적 번영은 놀랍다"는 등 친중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머스크의 우주항공 사업인 스페이스X와 역시 머스크가 운영하고 있고 중국에서 광범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테슬라사 간의 명확한 경계선이 없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국이 테슬라를 통해 스페이스X가 보유하고 있는 우주 탐사기술의 기밀 정보에 접근할 우려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 중국의 우주 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미국과 중국 간 경쟁도 심화하고 있는 양상인 만큼 의회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 가운데 크리스 스튜어트 유타주 의원 등은 스페이스X가 중국 정부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가정찰국(NRO) 등에 기밀 브리핑을 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 의원은 "저는 머스크와 스페이스X의 팬이지만, 중국과 재정적으로 얽혀 있다면 누구나 우려할 것"이라며 "의회는 이것을 바람직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아직 비상장 기업인 스페이스X에 중국과 관련있는 기업들이 투자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고 봤다. 스페이스X에 중국 자본이 유입됐다면 중국이 미국의 우주항공 기술을 빼낼 가능성도 있다고 봐서다.

상장 기업인 테슬라는 주주 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 2017년에는 중국의 거대 기술기업 텐센트홀딩스가 테슬라 주식 5%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이것은 단순한 투자 이상의 것"이라며 "텐센트가 테슬라의 투자자이자 조언자로 일하게 돼 기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 뒤 텐센트는 2018년 테슬라 보유 지분이 4.97%로 떨어졌다고 발표했으며 이후 추가 공개는 없다. 텐센트가 아직 테슬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텐센트 측은 "어떠한 정보도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텐센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금지하려 했던 '위챗' 메시징 앱을 소유하고 있으며 바이든 행정부의 보안 검토를 받고 있다.

중국은 테슬라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로 성장했는데, 이는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의 지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중국 당국은 2019년에 문을 연 테슬라의 상하이 조립 공장에 대해 저금리 대출, 저렴한 토지 및 기타 인센티브를 줬다. 2018년과 2019년 초 테슬라가 미국 제조공장에서 기대에 부응할 만큼의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해 자금난에 시달린 가운데 있었던 도움이었다.

머스크는 지난해 12월 31일 인권탄압 논란이 있는 신장의 수도 우루무치에 테슬라 전시장을 열며 백악관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또 머스크는 지난해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이 이룩한 경제적 번영은 정말 놀랍다"고 말하기도 했고, 한 자동차 전문지와 인터뷰에서 "내 생각에 중국인은 정말 대단하다"고 추켜세워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중국에는 똑똑하고 근면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며 "반면에 미국인은 점점 더 자만심에 젖고 있으며, 오만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미국의 대표적 반중인사인 상원 정보위원회 공화당 의원인 마르코 루비오 의원은 지난해 말 중국이 제3자를 통해 우주 기술 비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대처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중국과 관련 있는 공급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금지하고, 스페이스X를 비롯한 민간 우주 발사 기업들에 대한 중국 측 투자와 관련해 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