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의 '폴란드 총리' 맹비난…프랑스 대선 D-1 상황 어떻길래

프랑스 대선 홍보물 사진. 왼쪽 얼굴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오른쪽 얼굴은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다./사진=AFP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연임에 도전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보수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면서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해결사'를 자처한 마크롱 대통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돼 왔으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현 상황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크롱 외교 집중한 사이…바짝 추격한 '극우' 르펜CNN, BBC 등에 따르면 오는 10일(현지시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가 실시된다. 전국 시장 또는 지방 의회 의원 500명 이상 지지를 얻어 입후보할 수 있으며, 총 12명이 경쟁한다.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외에도 '극좌' 장뤼크 멜랑숑, 극우 성향 전직 언론인 에릭 제무르, 보수 성향의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지역의회의장, 안느 이달고 파리 시장, 크리스티앙 토비라 전 법무장관 등이 출마했다.

현직 대통령인 마크롱은 한달 전까지만 해도 주요 여론조사에서 경쟁자들을 큰 차이로 앞섰다. 르펜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10% 포인트 이상이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로 결선에 진출하고, 결선에서도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가 없으면 1·2위에 오른 두 후보 간 결선 투표 오는 24일 치른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대화에 나서는 등 중재자로 외교 무대에서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프랑스 국민은 내부 문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을 누가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하게 된 것이다.

르펜 후보는 유권자의 가려운 곳을 긁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외교에 집중하는 사이 국내 문제를 공략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이다. 르펜 후보는 유류세 인하와 연금 인상 등 구매력 상승을 위한 '서민 공약'이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유효한 효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도 확연히 달라졌다. 프랑스 여론 연구소(IFOP)가 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1차 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뽑겠다는 응답은 26%, 르펜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은 24%로 집계됐다. 두 후보의 격차는 IFOP의 전날 발표보다 0.5%포인트 더 좁혀졌다.

마크롱 대통령/사진=AFP

"아무도 히틀러와 협상 안 했다"는 폴란드 총리에…마크롱 "극우 반유대주의자" 맹비난해결사 역할을 자처한 마크롱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강경하지 못한 태도를 보인 것도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최근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푸틴과의 협상을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이냐"며 "아무도 히틀러와 협상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범죄자와 끝까지 맞서 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모라비에츠키 총리의 언급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일갈 르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LGBT(성소수자)를 인정하지 않는 극우 반유대주의자"라며 "그는 이번 대선에서 르펜 후보를 도우려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과 대화하는 것은 내 의무이고 이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표트르 뮐러 폴란드 정부 대변인은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반유대주의자라는 마크롱 대통령의 주장이 "거짓말"이라며 선거 운동으로 인해 감정이 과잉돼 이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폴란드는 나치 독일이 폴란드에서 자행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로 인해 반유대주의라는 비난에 유독 민감하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폴란드 외무부는 바르샤바 주재 프랑스 대사를 초치해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항의하기도 했다.
마크롱, 재선 대통령 될까…변수는 '투표율'이런 악재에도 마크롱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거둔다면 프랑스 제5공화국 역사상 4번째 재선 대통령이 된다. 앞서 '국민 영웅'으로 불리는 샤를 드골 전 대통령(1959~1969년 재임), 좌파 출신의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1981~1995년 재임), 자크 시라크(1995~2007년 재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각각 10여 년간 엘리제궁을 지켰다. 이후 집권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재출마했지만 단임에 그쳤고,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으로 재선 도전조차 하지 못했다.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는 '투표율'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의뢰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7%만이 '반드시 투표하러 가겠다'고 답했다. 10명 중 3명은 대선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르몽드는 역대 최고 기권율을 기록할 거란 예측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AFP통신도 "지난달 여론조사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뒤 2차 결선에서 대통령에 재선될 것으로 여겨졌다. 현 상황에서는 유권자 4분의 1이 후보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어 르펜 후보에게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