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의 습격' 日 큰 폭 무역적자…적자액도 7년 만에 최대

14일 서울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검수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의 무역수지가 결국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적자폭도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일본 경제를 압박하는 최대 요인으로 부상한 엔저 현상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NHK 등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은 2021년 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무역수지가 5조3748억엔(약 51조611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1조3548억엔) 이후 2년 만의 적자이고, 적자 규모도 2014년(6조6389억엔) 이후 7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또 역대 적자 기준으로는 4번째로 큰 적자 규모다.


2014년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원전) 폭발사고 여파로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화력발전소 비중을 급격히 늘렸다. 그 결과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이 급증해 대규모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2021년 수출액은 전년비 23.6% 증가한 85조8785억엔, 수입액은 33.3% 늘어난 91조2534억엔으로 모두 사상 최대치에 달했다. 수출은 엔화 약세에 힘입어 2007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81조엔을 넘어섰다. 수입은 우크라이나 전쟁, 엔화 약세로 인한 원자재 비용 급등으로 크게 늘었다.

산업별 수출액은 △철강 4조1362억엔(전년비 62.7% 증가) △자동차 10조7308억엔(12.8% 증가) △반도체 제조장치 3조5605억엔(33.9% 증가)으로 집계됐다.


수입에선 원유 수입액이 거의 배로 뛰었다. 2021년도 일본의 원유 수입량은 전년 대비 4.6% 증가에 불과했다. 그러나 수입액은 8조155억엔으로 전년보다 무려 97.6%가 급증했다. 액화천연가스(LNG)는 수입량이 6.4% 줄었음에도 수입액은 58.5% 증가한 5조27억엔을 기록했다.

월별 무역수지는 8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재무성 발표에 따르면 3월 수출, 수입액 모두 월 기준 최고 수준으로 집계됐다. 3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4.7% 증가한 8조4609억엔, 수입액은 31.2% 늘어난 8조8733억엔이었다.

2021년 일본 무역적자의 최대 요인은 엔화 약세로 꼽힌다. 엔화 약세는 일본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에 도움이 되지만, 원자재 비용 상승에 따른 수입액도 확대해 무역적자 가능성을 키운다. 닛케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평균 106.04엔이었던 달러·엔 환율은 지난해 평균 111.91엔을 기록, 1년간 약 5.5%가 올랐다. 환율과 화폐 가치는 반대로 움직이므로, 이는 엔화 가치가 그만큼 추락했다는 의미다.

한편 재무성의 무역수지 발표 이후 엔화 가치는 더 빠르게 추락했다. 무역수지 발표 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127엔대에 머물렀던 달러·엔 환율은 단숨에 129엔 후반대까지 올랐다. 이는 1971년 이후 최장인 14거래일 연속 엔화 약세이자, 2002년 5월 이후 엔화 가치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