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러시아' 선언한 EU, 5년 뒤엔 석유·가스 의존도 '제로' 목표

독일 도르트문트의 액화천연가스(LNG) 주유소/AFP=뉴스1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량을 단계적으로 줄여 2027년에는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올로 젠틸로니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이탈리아 일간 일 메사제로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및 천연가스 의존도를 3분의 2로 줄이고 2027년 말까지는 의존도를 '제로'(0)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에 대해 논의해 왔다. EU는 가스의 90%, 석유제품의 97%를 외국에서 수입한다. 이 중에서도 가스 40%, 원유 25%가량을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다. 높은 의존도 탓에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처에 대한 EU 회원국의 의견이 엇갈렸다.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멈추면 물가가 치솟아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이에 EU는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보다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거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입 자체를 막지는 않지만 이 두 가지 방법으로 러시아산 에너지 수요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U 회원국 간 이견으로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처 논의가 정체되자 일부 국가는 독자적으로 에너지 독립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독일은 수일 내에 러시아산 원유로부터 자립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 35%였던 독일의 러시아산 원유 의존 비중이 최근 12%까지 줄었다고 전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이날 "독일은 러시아 원유로부터의 독립에 훨씬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더불어 독일은 해상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건설도 추진한다. 독일 일간 디벨트에 따르면 슐레스비히 홀슈타인주에서 내년 초 가동을 목표로 해상 LNG 터미널 건설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간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직접 공급받은 독일이 수입 기반 시설인 해상 LNG 터미널 건설에 착수하는 것은 러시아 외 다른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된다.

이탈리아는 '에어컨 온도 제한'으로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다는 전략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내년 3월 31일 학교와 공공시설의 냉난방 온도를 제한하기로 했다. 여름철에는 에어컨 온도를 25도 미만으로 낮출 수 없으며, 겨울철에는 난방 온도를 19도 이하로 설정해야 한다. 이탈리아 공공건물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57%가 냉난방용으로 쓰이는 만큼, 이 조처로 연간 20억~40억㎥(입방미터)의 가스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