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박병호' 고민 덜어준 슈퍼루키, 타순 문제도 해결할까

26일 오후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3회초 1사 키움 박찬혁이 선제 솔로포를 날린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사진=OSEN

"우리는 늘 누가 없으면 그 선수의 자리를 메워주는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홍원기(49) 키움 감독의 박동원(32·KIA) 트레이드 직후 발언이다. 포수 포지션을 두고 한 말이지만, 사실 키움의 화수분 야구는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다.


키움은 올 시즌을 앞두고 몇 가지 문제에 봉착했다. 대표적인 것이 '우타 거포' 박병호(36·KT)의 공백과 이용규(37)-김혜성(23)-이정후(24)-야시엘 푸이그(32)로 이어지는 강력한 상위타선을 뒷받침해줄 5번 타순이었다.

지난 시즌 키움은 팀 홈런 8위(90개), 팀 장타율 7위(0.376)로 장타 생산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팀 득점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중심타자들이 모두 홈런 생산에 약점을 보인 것이 컸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해 20홈런 76타점 활약을 포함 8시즌 연속 20홈런을 기록한 박병호까지 이탈한 것은 뼈아파 보였다.

5번 타순 고민도 결을 같이 한다. 전통적으로 4, 5번 타순은 정교함이 조금 떨어지는 대신 장타력 혹은 타점 생산에 능한 타자들이 맡아 앞서 출루한 주자들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키움에는 그런 타자들이 이탈할 뿐 한동안 나오질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주중 한화와 원정 3연전에서 보여준 슈퍼루키 박찬혁(19)의 존재감은 눈부시다. 키움은 한화 3연전 첫 경기를 앞두고 몸살로 결장한 이정후의 공백을 메워줄 타자가 필요했다. 타율은 낮으나, 3홈런으로 장타력을 보여준 박찬혁이 제격이었다.

3번 타순이 아닌 2번 타순인 것은 키움의 배려가 돋보인 선택이었다. 그동안 키움은 박찬혁이 쏠쏠한 활약을 보여줌에도 신인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이유로 9번 타순에만 배치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경험이 많고 이정후 다음으로 안타 생산에 능한(타율 0.263) 김혜성에게 3번을 맡기고 박찬혁을 2번에 배치해 우산 효과를 노렸다. 시즌 초 시범경기에서 송성문(26)을 2번에 배치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키움 박찬혁(왼쪽)과 이정후./사진=OSEN

2번에 팀 내 가장 뛰어난 타자를 배치하는 현대 야구의 추세와는 정반대 흐름이었지만, 이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박찬혁은 한화 3연전에서 11타수 3안타(2홈런) 3타점을 기록했고 키움은 2승 1패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5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27일 경기에서는 3번 이정후(5타수 2안타), 4번 푸이그(5타수 3안타), 5번 김혜성(5타수 3안타), 6번 송성문(3안타) 등 형들이 부담을 덜어줬다.

키움은 적어도 '포스트 박병호'에 대한 걱정은 해결한 것 같다. 한화 3연전에서 2개의 홈런을 추가한 박찬혁은 해당 부문 팀 내 1위, 리그 공동 2위에 올랐다. 1위 한동희(23·롯데)와 1개 차에 불과하고 공동 2위로 함께 이름을 올린 상대는 김현수(34·LG)다. 그동안 키움은 김하성, 박병호, 박동원, 외국인 타자에만 홈런을 의지해왔다. 이들 외에 한달에 홈런 5개 이상을 기록한 타자가 나온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2017년에는 허정협(4월 7홈런), 김민성(7월 5홈런), 윤석민(7월 5홈런), 장영석(8월 5홈런) 등 일발장타를 가진 타자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타순에 대한 고민도 덜어줄 수 있을까. 박찬혁은 이정후(스탯티즈 기준 wRC+ 170) 다음 가는 타격 생산성(wRC+ 150.3)을 보여주고 있어 당장 2번 타순에 나온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박찬혁 역시 28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2번 타순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다. 코치님이나 선배님들께서도 타순에 신경을 쓰지 말고 똑같이 치라고 하셨다. 오히려 타석에 빨리 들어가니 긴장감도 빨리 풀리고 좋다"고 당찬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모든 것은 순리대로 이뤄지는 것이 좋다. 키움으로서는 이용규-김혜성-이정후-푸이그로 이뤄진 안정적인 상위 타선을 무리해서 깰 이유가 없다. 또한 박찬혁도 5볼넷 34삼진으로 아직 신인다운 모습도 역력하다. 만약 타순을 올린다면 부담이 덜하고 장타력을 기대할 수 있는 5번도 나쁘지 않다.

키움은 이정후의 결장이라는 뜻하지 않은 변수로 '2번 박찬혁'을 실험해 성공을 거뒀다. 이번 KT와 3연전에서는 어떤 라인업을 들고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