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이대녀 제친 '이대남'…"6개월 내 해외여행 가겠다"

지난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출국자들이 줄을 서서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대선에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이대남'(20대 남성)이 코로나19(COVID-19)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함께 활기를 되찾기 시작한 여행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2년 간 참아온 보복여행을 떠나겠단 20대 남성이 급증하면서 기존 여행시장을 이끌던 20대 여성을 제치고 해외여행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매주 500명씩 연간 2만6000명을 대상으로 해외여행 계획과 지출 의향 등을 묻는 '여행행태 및 계획조사' 결과 '6개월 내 해외여행 계획이 있다'는 20대 남성이 28.4%였다. 19%를 기록한 전체 평균을 크게 상회하며 모든 성·연령층 중 빠른 시일 내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계층으로 조사된 것.


정부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두기가 제한이 풀리고, 해외여행 최대 걸림돌이었던 입국자 자가격리도 해제되면서 전반적인 여행심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20대 남성이 가장 돋보이는 셈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 20대 남성은 세대·성별을 통틀어 해외여행 시장에서 가장 소극적이고 소비력도 높지 않은 계층이었지만, '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하며 확연히 달라진 양상이다.
반면 해외여행 시장을 주름잡으며 여행·호텔·이커머스 등 여행 관련 업종이 앞다퉈 공략에 나섰던 20대 여성 중 6개월 내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비율은 18.4%에 그치며 평균을 밑돌았다. 오히려 60대 여성(18.8%)보다도 해외여행 심리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젊은 여성이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고 여행활동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의외의 결과란 반응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달라진 20대 남성과 여성의 경제인식에 대한 태도가 여행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해 일자리와 삶의 질에 대한 20대의 인식 변화 추이를 비교한 결과, 낙관적이던 20대 여성의 인식이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고용시장이 흔들린 데 따른 우려가 커지며 삶의 질 전반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해외여행 특성상 낙관적 경제인식이 중요하단 측면에서 삶의 질 하락은 자연스럽게 해외여행심리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컨슈머인사이트 측은 "가장 낙관적인 계층이었던 20대 여성은 코로나 이후 고용시장에서 큰 타격을 입었고 삶의 질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했다"며 "이들은 위생수칙에도 민감한 만큼 해외여행을 망설이는 입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은 최근 LG트윈스 홈경기를 직관한 뒤 호캉스를 하는 ''무적 LG야구 패키지' 시즌2를 선보였다. /사진제공=파르나스호텔

이에 따라 여행·레저 시장에선 젊은 남성을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실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은 작년 11월 2030 남성을 겨냥해 프로야구 LG트윈스 경기를 직관한 뒤 호텔에서 묵는 호캉스(호텔+바캉스) 패키지로 재미를 봤다. 해당 패키지에 가족·친구·연인끼리 함께한 남성들이 호텔을 찾으며 금세 완판되자 인터컨 호텔은 최근 시즌2 패키지를 다시 선보였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20대 남성들은 조금 더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고 과거보다 해외여행 경험을 얻기 위해 소비하는 것도 거리끼지 않는다"며 "이들의 취향에 맞춰 향후 인기 여행지 뿐 아니라 몽골 등 이색 여행지를 확대하고 캠핑, 트레킹 등 다양한 테마의 상품들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향후 재개될 방한 외국인 여행시장은 여전히 20대 여성이 주류를 이룰 것이란 관측이다. 일본과 동남아를 비롯해 한국을 찾는 주요국 방한 여행객이 K팝 등 한류콘텐츠에 영향을 받은 '한류 관광객'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안에 한국을 방문하길 희망하는 '초적극 방한 의향자' 중 여성과 10~20대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