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영업자 손실보상에 40조 짜리 '마이너스 통장' 쓴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규제혁신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5.24/뉴스1

정부가 소상공인 등에 1인당 최대 1000만원의 손실보전금을 신속하게 지급하기 위해 40조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에 해당하는 한국은행 일시 차입을 활용한다. 한은 일시 차입은 자금을 빌리는 기간이 짧아 국고채보다 이자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지만, 통화량을 늘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담긴 소상공인 지원사업 등의 추진을 위한 자금의 일부를 한은 일시 차입을 통해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은 일시 차입은 정부가 국고금 출납 과정에서 자금이 단기적으로 부족할 때 한은으로부터 돈을 빌려오는 것으로, 개인들의 단기자금 융통수단인 마이너스 통장에 비유되곤 한다.


정부가 일시 차입을 검토하는 것은 2차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당장 대규모 지출이 필요한데 현재까지 걷힌 국세수입 등으로는 이를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13일 국회에 제출한 59조3000억원 규모 2차 추경안에는 23조원을 투입해 370만 소상공인·중소기업에 600만~1000만원의 손실보전금을 지급하는 사업이 담겼다. 국회가 이르면 오는 27일 추경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정부는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부터 20조원 이상 지출에 나서야 하는데 현재 '잔고'가 부족한 상태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누계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가 33조1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의 단기적인 자금 부족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정부가 2차 추경안을 편성하면서 필요 자금의 상당 부분을 올해 1년 동안에 걷힐 53조3000억원 규모의 초과세수로 충당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2022.05.23.

기재부는 한은 일시 차입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당장 지출이 필요한 손실보전금 등에 활용하고, 향후 걷히는 초과세수로 차입을 상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회가 승인한 올해 연간 한은 일시 차입 한도는 지난해와 동일한 40조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시 차입을 하더라도 40조원 한도 내 규모일 것"이라며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국채 미발행'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관련 법률과 어긋나게 일시 차입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고금 관리법은 정부가 국고금 출납을 위한 자금 조달 시 우선적으로 국채의 일종인 재정증권을 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한은 일시 차입이 통화량을 늘려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한층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재부는 단기간 내 상환에 따른 낮은 이자 부담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상황에서 일시 차입이 국채 발행보다 효율적인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에는 정부가 일시 차입 후 상환하기까지 한 달이 걸리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평균 4일도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