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장 꿈꾸는 日, 방위비 2배로 늘린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5월 31일(현지시간) 도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C) AFP=뉴스1

일본 정부가 5년 안에 방위력을 획기적으로 증강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로이터통신 등이 8일 보도했다.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방위비를 증대시키겠다는 집권 자민당의 계획을 일본 정부가 채택한 것이다.

5년내 GDP 2% 수준으로 방위비 증액…NATO식 지향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전날 각의(국무회의)에서 "5년 이내에 방위력을 획기적으로 증강한다"고 명기한 '경제재정운영 및 개혁 기본방침'을 확정했다.


일본 정부가 방위비(국방예산)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 확보할 계획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GDP의 2% 수준은 현재(GDP 1% 수준)의 2배에 해당한다.

아울러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연말까지 국가안전보장전략을 조정하는 데 맞춰 방위비 총액 목표를 제시하는 중기방위력정비계획(중기방)도 개정할 계획이다. 방위비 증액의 상세한 규모는 2023년 예산안 편성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위비가 증가될 분야는 적과 떨어진 위치에서 반격하는 '스탠드오프 방위능력'과 무인화 장비, 우주·사이버·전자파 무기 등이다.

초점은 방위비를 얼마만큼 늘리고 그 재원을 어떻게 확보하는가인데, 기본 방침에선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국방예산을 GDP 대비 2% 이상으로 편성하도록 권고하는 것을 예시해 이를 지향할 의향을 내보였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31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방위비 증액과 관련해 세출 삭감과 증세, 국채 발행의 3가지 선택지를 일체화해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올해 일본의 방위비는 본예산에서 5조4005억엔(약 52조원)으로 편성돼있다. 일본은 2013년 이후 방위비를 계속 늘려왔지만, 최근 몇 년간의 연간 증가율은 전년도 대비 1% 안팎이다. GDP 대비로는 1% 정도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본예산과 추경예산을 합친 2021년도 방위비는 NATO 기준으로 계산하면 GDP 대비 1.24%에 상당한다.

'GDP의 2%' 수준을 5년에 걸쳐 실현하려면 매년 1조엔 이상을 증대해야 한다. 앞서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23년도 방위비가 6조엔대 후반에서 7조엔에 가까운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방위비 문제에 '대만 관련 위협' 처음 언급

[자이=AP/뉴시스] 대만 공군 F-16V 전투기들이 5일(현지시간) 대만 남서부 자이에서 훈련 중 활주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대만 공군은 이날 대만 방공식별구역에서의 중국 항공기 요격 모의훈련을 시행했다. 2022.01.05.

로이터통신은 일본이 방위력의 '획기적 증대(drastically increase)'를 언급하면서 대만 관련 위협을 문서상에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번 '경제재정운영 및 개혁 기본방침' 문서의 각주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미일 정상들이 강조했다'는 내용을 넣었다. 이 내용은 지난달 23일 열린 미·일 정상회담의 결과물 중 하나다.

지난달 회담에서 미일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국제법 위반에 해당하는 중국의 패권적 행동 등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일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미일 동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초석"이라면서 "일본 방위에 전면적으로 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상당한 수준의 방위비 증대 방침을 밝혔고,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강한 지지를 얻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