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삼자범퇴 SV→하루 뒤 만루홈런... 23세 마무리는 한 뼘 더 성장했다

키움 이승호가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와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9회초 무사 만루에서 KT 오윤석에게 홈런을 내준 뒤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OSEN

야구가 참 얄궂다. 키움 히어로즈 마무리 이승호(23)가 본인이 그토록 원하던 1이닝 삼자범퇴 세이브를 해낸 다음 날 만루홈런을 맞아 고개를 숙였다.

이승호는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전에서 키움이 5-1로 앞선 9회초 무사 1, 2루에 등판해 1이닝 1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강백호에게 볼넷, 대타 오윤석에게 만루홈런을 내줘 5-5 동점을 허용했다. 강백호의 장타를 경계한 이승호-이지영 배터리는 계속해서 낮게 승부했으나, 방망이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오윤석에게는 스트라이크존 하단을 향해 낮게 깔렸으나, 공이 높았던 것이 아쉬웠다.

이승호는 마무리를 맡은 순간부터 "항상 긴장하며 등판한다. 어려운 자리"라면서 언젠가 한 번쯤 이런 순간이 올 것이라 예상했다. 지난 대전 한화전(6월 3~5일)에서 만난 이승호는 "마무리는 팀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선수여야 한다. 지금까진 어찌어찌 막고 있는데 언젠가는 그 운이 떨어질 때도 있는 것"이라고 각오했었다.

전과 다른 점이라면 그 부담감보다 책임감이 더 강해진 것이다. 이승호는 "스스로 내 경기력이 마음에 들진 않는다. 매 등판마다 깔끔하게 막고 인터뷰해야지 하는데 세이브 상황마다 주자를 내보낸다"면서 "주자를 내보내면 심리적으로 보는 사람도 지치고 동료들도 지치다 보니 삼자범퇴 이닝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만루홈런 후 이승호는 후속 세 타자를 공 10개로 처리했다. 한 박자 늦었지만, 더는 흔들리지 않았다. 한 뼘 더 성장한 모습이었다. 덕분에 키움은 김재웅(24)-하영민(27)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가동했고 결국 지지 않으면서 1위 SSG 랜더스와 2.5경기 차를 유지할 수 있었다.

키움 김재웅이 지난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와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경기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사진=키움 히어로즈

자극을 주고 함께 성장하는 드래프트 동기가 있어 23세 어린 마무리의 성장은 더욱 기대된다. 이승호는 "(본인보다 잘 막는 것 같냐는 질문에) 주자를 안 내보내니 당연히 나보다 낫다. 직접 보고 있으면 '어떻게 저렇게 잘 막나' 싶다"고 감탄하면서 "(김)재웅이는 정말 최고다. 기록상으로 보나 눈으로 보나 제일 잘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김재웅은 1이닝을 안타와 볼넷 없이 삼진 하나만 곁들이며 무실점 피칭을 했다. 홍현빈-황재균-박병호로 이어지는 어려운 타선이었지만, 공 11개면 충분했다. 이로써 김재웅은 27경기 1승 무패 15홀드 평균자책점 1.00으로 홀드 1위 및 올 시즌 리그 최고 불펜 자리를 확고히 했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 동기인 두 사람은 이제 막 팀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그런 만큼 한순간의 성적이나 기록에 취해있지 않고 팀 승리 하나만을 두고 달려간다. 이승호는 "올해 키움이 1등하는 것만 생각하면서 야구를 하고 싶다"면서 "전체적으로 다들 정말 잘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잘해주는데 1등을 못한다면 많이 아쉬울 것 같다. 정말 오랜만에 1등을 꼭 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드는 시즌"이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