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도 자이언트 스텝?…월가 "내년 경기침체 시작" 암울 전망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기로 하면서 경기침체 우려도 커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기침체를 유발하지 않고 고물가를 잡는 '연착륙'(soft landing)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월가 분석가들 사이에선 경기침체(recession)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행인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주변 월가를 걸어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14~15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고, 15일 뉴욕증시는 연준의 강력한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에 안도하며 상승했다.

인플레이션-금리 인상-소비 감소, 경기침체로 이어져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의 1994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금리 인상과 소비자 지출 감소에 따라 점점 더 경기침체가 다가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이 브라이슨 웰스파고 경제분석가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경제에 더욱 뿌리내리고 있고, 소비자 지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연준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만큼 2023년 중반부터 완만한 경기침체(mild recession)가 시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이날 연준의 발표가 나온 후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밝혔다.

라이언 스위트 무디스 애널리스틱스 통화정책 연구팀장은 이날 노트에서 "연준은 정책결정자들이 인플레이션을 무너뜨릴 때까지 금리를 인상하려고 한다. 여기에 따른 위험은 (이 과정에서) 정책결정자들이 경제도 무너뜨린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장은 둔화하고 있고, 금융시장 환경을 긴축시키고 (완화적) 통화정책을 철폐한 효과는 아직 시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투자회사 구겐하임의 스콧 미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소비자 지출 감소를 고려할 때 미국은 이미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섰을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2024년초가 경기침체 시기일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이제 2024년초 시점에서 경기침체일 가능성이 75%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미국인 52% "이미 경기침체"

미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3%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에 처음 감소한 것이다. 소매판매는 미국 경제활동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 지표다.

소비자가 바라보는 경기 전망은 더 좋지 않다. 이코노미스트가 유고브에 의뢰한 여론조사(6월 11~14일 성인 1500명 대상)에서 '미국이 경기 침체에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52%가 "그렇다"고 답했다. "아니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미국이 이미 경기침체 국면에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에게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54%가 '상황이 더 나쁘다'고 답했다. 미국인 4명 중 1명은 지금 상황이 금융위기 때보다 나쁘다고 본 셈이다. 당시와 비슷하다는 응답도 13%였다. 금융위기 때보다 낫다는 응답은 13%에 그쳤다.

미국의 경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묻는 말에 응답자 43%는 '경기침체', 33%는 '경기둔화'(slowdown)를 언급했다. '안정됐다'(14%)거나 '성장 중'(10%)이라는 답변은 많지 않았다. 응답자 38%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43%는 '보통 수준', 19%는 '경미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응답자는 경기 침체의 지표로 상품과 서비스 가격 증가(54%)를 꼽았다. 이어 실업률 등 일자리 지표(19%), 주식시장(11%) 등 순으로 나타났다.

연준은 14~15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0.75~1.00%에서 1.50~1.75%로 0.7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 것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 시절인 1994년 11월 0.75%포인트 인상 이후 27년7개월 만에 처음이다. 올해 말 금리 점도표 중간값은 3월 1.9%에서 6월 3.4%로 대폭 상향 조정됐다.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금리인상 폭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음 회의에서 0.5%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오늘 0.75%포인트 인상에는 미시간대의 인플레이션 기대뿐만 아니라 소비자물가상승률(CPI) 데이터도 감안했다"며 "인플레이션을 되돌리는 데 전념하면서 상황에 따라 대처할 것이다.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이는 연준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에 많이 좌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