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혼'에 과연 새로움이란 게 존재하는가?

'환혼', 사진제공=tvN

tvN 토일 드라마 '환혼'(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박준화)의 주인공인 무자비한 살수 낙수(고윤정에서 정소민으로 영혼을 옮긴다)는 천하제일의 무공을 지녔고, 장욱(이재욱)은 태생이 귀하다. 낙수는 물 한방울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공의 고수이지만, 그런 그를 잇달아 다가오는 위험으로부터 구해내는 건 '무공'의 '무'자도 모르는 장욱이다. 낙수가 환혼술(다른 이의 몸으로 영혼을 옮기는 것)로 옮겨간 나약한 무덕이 몸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공의 고수들이 주축인 나라(대호국)에서, 낙수는 지배 계급마저 경계할 정도의 고수로 나온다. 그런 그가 일순간 무공을 잃은 후 생존하는 방법은 어디선가 백마탄 왕자님처럼 나타난 장욱에게 기생하는 것이다.


지나가는 자리마다 사람들의 목을 떨군다 하여 붙은 '낙수'란 이름은 마치 누더기처럼도 들리는 무덕이의 몸에 빙의되며 그 이름의 가치를 잃는다. 양손으로 장풍까지 쏘던 무공 실력자가 실수로 나약한 몸에 깃든다는 설정이 과연 '새로운 서사'인지는 의문이다. 싸가지도 없고 집안 좋은 남자 주인공의 설정도 마찬가지다. 사극 속 도련님의 지위는 현대판의 재벌과 일맥상통한다. '환혼' 제작진이 방송을 앞두고 가장 자신했던 건 다름아닌 '색다른 전개'였다.



퓨전이라는 장르가 붙으며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었던 이 작품은, 배경이 조선이 아닌 가상 세계라는 것으로 차별점을 설명한다. 그러나 대호국 4대 술사가문이란 이야기의 파생은 배용준 주연의 '태왕사신기' 속 동방의 수호신이, 환혼인을 찾아내는 삽살개 귀구의 모습은 '홍천기'에서 봤던 여러 장면이 떠오른다. 물을 가르고 지붕 위를 날아다니는 술사들의 모습은 중국 무협물 속 액션과도 비슷하다.

'환혼', 사진제공=tvN

첫 번째 크레디트에 올라온 이재욱의 이름처럼 결국 '환혼'의 주인공은 장욱이다. 왕인 고성(박병은)과 천부관의 관주 장강(주상욱)의 환혼에 의해 부정하게 탄생한 아이. 장강의 몸에 깃든 고성이 그의 아내를 탐하여 탄생한 것이 장욱이다. 이로 인해 장강은 장욱의 기혈을 막아 무공을 익히지 못하게 했다. 이는 비극이나 장욱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고귀한 피의 개연성을 부여한다. 이로 인해 장욱이란 인물의 영웅성을 천재나 최고 고수에 머물게만 하는 것이 아닌, 꿈의 크기를 왕좌까지 넘볼 수 있도록 확장한다.



기대했던 신선함을 찾기 힘든 가운데 그래도 희망의 지점은 낙수의 설정이다. 힘이란 옵션을 여자 주인공인 낙수에게 부여해 남자 주인공인 장욱을 그의 제자로 만드는, 고정됐던 남녀 역할을 비틀었다는 점이다. 주인공이 고수에게 무공을 전수받는 작품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그 고수가 여자인 적은 없었다. 결국 로맨스로 발전할 이들의 관계의 주체가 어느 쪽에 기울어질지가 이 작품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본 드라마가 여성 서사에 열광하는 요즘의 트렌드를 담아내려고 노력한 것은 분명하다. 1회에서 2회로 넘어가는 지점에서 5.2%에서 5.9%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환혼'은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그냥 한량으로 살던 도련님의 각성을 배경으로 한 뻔한 성장물 정도로 비쳐진다. 다만 홍자매 작가팀이 전작 '호텔 델루나'에서 보여준 집필력이 쉬이 기대감을 떨치지 못하게 한다. 이 작품에서 장만월(아이유)은 선과 악의 중첩된 파고에서 뻔하지 않은 주인공의 길을 걸었다. 존재 자체가 판타지였던 만월에서, 아예 판타지 배경에 존재하는 장욱. 같은 작가들이 전작에 이은 판타지를 확장해 다름을 보여주겠다는 선언은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