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역전 되면 외국인 자본이 정말 빠져나갈까?

송재근 신협중앙회 신용·공제사업 대표이사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자본이 유출된다". 지난달 미국 Fed(연방준비제도)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자이언트스텝(금리 0.75%p 인상)'을 실행한 후, 언론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말이다.

금리 역전 가능성이 있나. 금리가 역전된다면 지금 우려하는 자금유출이 실제로 일어날 것인가. 1999년 이후 세 번 있던 한미 금리역전 사례로 이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1.75%. 미국 금리(1.50~1.75%) 상단과 같은 수준이다. 올해 중 금리를 결정할 기회는 양국 모두 네 번씩 남았다.

미국은 7월 FOMC에서 0.50%p 이상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에 이어 연달아 자이언트스텝을 실행하면 미국 금리는 2.25~2.50%가 된다. 한국이 미 금리 상단에 맞추기 위해서는 0.75%p 인상을 해야 한다.

이르면 이번달 중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질 수 있다. 7월에 역전되지 않더라도 미국은 점도표에서 다수 위원이 전망한 3.5%수준까지 올리기 위해 연말까지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미국 수준의 금리를 맞추려면 미국보다 금리를 많이 올려야 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GDP수준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영끌, 빚투 족들의 대출, 자영업자 대출 등으로 미국에 앞서 0.75%p를 단번에 올리는 게 큰 부담이다. '빅스텝'인 0.50%p선에서 금리를 먼저 올리고 미국의 7월 FOMC 결과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금리역전 때는 자금 유출보다 오히려 유입이 많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에 따르면 처음 금리가 역전된 시기는 1999년 6월부터 2001년 3월까지였다. 이기간 외국인 자금은 채권시장 40억달러 유출, 주식시장 206억달러 유입으로 총 166억달러 순유입됐다.

2005년 8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약 2년 2개월 동안 채권시장에는 567억달러가 유입됐지만 주식시장에서는 263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총 304억달러가 순유입됐다. 가장 최근 금리가 역전된 2018년 3월부터 2020년 2월 동안 채권시장에서 487억달러가 유입됐고, 주식시장에서 84억달러가 유출됐다. 전체 403억원 순유입이다.

1999년 이후 세 번의 금리 역전 사례를 보면,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에서 자금유출입은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금리역전이 곧바로 자본유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과거는 현재·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과거 사례가 똑같이 적용된다고 볼 순 없지만 미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근거는 될 수 있다. 외국인 자금 유출·유입에 국가 간 금리 차가 큰 변수라는 점을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환율, 수출경쟁력, 성장잠재력, 국가신인도 등 경제상황도 복합적으로 반영된다.

해외 자본은 금리 뿐 아니라 다른 여러 변수에 따라 움직인다. 금리역전이 곧바로 자본유출로 이어질 것이란 판단은 성급하다. 미국 등 국내외 경제상황과 금융시장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