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구단·팬들은 '걱정 한 가득'... 동아시안컵 '딜레마'

파울루 벤투(오른쪽)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 /사진=대한축구협회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운 마음도 크죠."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대표팀 선수 차출과 관련해 한 K리그 구단 관계자가 전한 '속내'다. 대표팀 선수를 배출한 건 구단 입장에선 충분히 반가운 일이지만, 강행군 일정이나 대회 비중 등을 고려하면 핵심 선수들의 대표팀 차출은 아쉬움 역시 적지 않단 의미다.


실제 선수들의 대표팀 발탁은 선수에겐 영광이자, 각 소속팀에서도 경사다. 최근엔 연령별 대표라 할지라도 구단 SNS 등을 통해 선수들의 대표팀 승선을 축하하고 팬들에게 알리는 게 흔한 일이 됐다.

다만 이번 동아시안컵만큼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최근 K리그 일정이 그야말로 혹독했던 데다, 다른 참가국들이 대하는 동아시안컵 비중도 한국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의 부름을 받은 선수들이 대부분 최근 강행군을 치러온 소속팀 '핵심'이다 보니, 부상 우려마저 큰 상황에 대표팀 일정까지 소화하는 건 K리그 구단과 팬들 입장에선 기쁘지만은 않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월드컵 일정 탓에 리그를 일찍 마쳐야 하는 터라 이번 시즌 K리그는 3~4일 간격의 강행군이 이어지고 있다. 무더운 날씨에 습도까지 더해지니,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엔 결과를 떠나 일제히 쓰러지는 양 팀 선수들의 모습을 보는 게 흔한 일이 됐을 정도다. 최근엔 그나마 유일하게 숨을 고를 타이밍에 K리그 올스타전(토트넘전)까지 열리는 바람에 일부 선수들은 제대로 된 휴식조차 치르지 못했다.

최근 K리그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쉽게 볼 수 있는 모습.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더구나 중국, 일본의 대표팀 구성은 무게감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중국은 지휘봉마저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이 잡을 정도로 사실상 U-23 대표팀을 내세웠다. 전원 J리거로 구성된 일본은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가 10명이나 되고, 월드컵 출전이 유력한 핵심급 선수들은 모두 빠졌다. 월드컵 최종예선에 출전했던 선수들을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나선다.

반면 벤투 감독은 이미 검증이 끝나 월드컵 출전까지 기정사실이 된 선수들까지도 모두 소집해 이미 출국길에 올랐다. 그나마 K리그 일정을 고려해 국내 소집 없이 곧바로 출국길에 오르긴 했지만, 대표팀 구성만큼은 다른 참가국과 달리 유독 벤투 감독만은 진심으로 준비한 모양새다.

이미 소속팀에서 강행군을 치르고 있던 선수들인 데다, 설상가상 이번 대회마저 8일 동안 3경기를 치러야 하다 보니 선수들의 부상 위험 역시 큰 상황. 또 하필이면 중국이나 일본 등 경기가 거칠 수밖에 없는 경기가 예정되어 있고, 대회가 끝나면 본격적인 K리그 순위 레이스를 치러야 하다 보니 각 구단들 입장에서도 선수들의 몸 상태에 대해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잘 쉬어야 할 시기에 계속 경기가 이어지다 보니 선수들을 보며 안타까웠던 시기에 이젠 대표팀 경기를 치러야 하는 셈이다. 중국 등 다른 팀들 명단을 보면 구단별 핵심급 선수들을 모두 불러야 했는지도 의문이 든다"면서 "대표팀 주전급 말고는 나머지 선수들은 이번 대회가 일회성 발탁에 그칠 가능성도 크다.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것만큼이나, 그저 선수들이 부상 없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게 대부분 K리그 구단과 팬들의 마음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벤투호는 오는 20일 오후 7시 중국, 24일 오후 4시 홍콩, 27일 오후 7시 20분 일본과 차례로 격돌한다. 풀리그 방식을 통해 우승팀을 가리는 대회로, 한국은 4회 연속이자 통산 6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동아시안컵 대비 훈련을 앞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단.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