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청년기업가 팀 황 창업 '피스컬노트', 美 증시 상장

팀 황 피스컬노트 창업자 겸 CEO(사진 가운데)가 2020년 6월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황 CEO는 앞서 2016년에도 키플랫폼에 참석했으며 당시 피스컬노트와 머니투데이는 기업가정신과 창업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전격 투자 협의에 착수했다. 사진 오른쪽은 강윤모 전 피스컬노트 한국지사장.

한국계 청년기업가 팀 황(Tim Hwang, 한국명 황태일)이 창업한 AI(인공지능) 기반 법률·정책 빅데이터 미디어 스타트업 피스컬노트(FiscalNote)가 미국 증시에 상장한다. 피스컬노트는 2013년 창업 이후 9년 만의 상장과 함께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 평가됐다.

피스컬노트는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더들스트리트애쿼지션(DSAC)과 합병하고, 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주식을 상장해 첫 거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거래소 티커심벌은 'NOTE'.


팀 황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는 경영권을 유지한다. 기존 투자자들도 보유 주식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에는 머니투데이도 초기 단계에 500만달러(투자 당시 환율로 약 56억원)를 투자했다. 1992년생의 한국계 청년이 미국에서 분투하며 스타트업 성장의 결실인 증시 상장을 이뤘다는 것에 국내외 투자업계에서 호평이 나온다.

아름다운 창업가 청년 황태일피스컬노트는 완전히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창출한 '카테고리 크리에이터'(Category Creator)다. 정부, 의회, 법원 등의 정책, 규제, 의안, 판례 등의 정보를 AI와 빅데이터 기술로 수집·분석해 기업, 공공기관, 로펌, NGO(비정부기구) 등에 서비스한다. 지난 1회계분기 매출이 2610만달러(약 400억원)로 전년동기대비 50% 급증하는 등 거침없는 성장세다.

피스컬노트의 이같은 성장 비결은 단연 황 CEO의 리더십이 꼽힌다. 강력한 추진력과 실행력이 장점인데, 2018년에는 영국 유력 미디어 이코노미스트그룹이 보유한 미국 정치 전문매체 시큐롤콜(CQ Roll Call)을 인수해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집어삼킨 이례적인 M&A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황 CEO는 CNN '세계를 바꿀 10대 스타트업', 비즈니스인사이더 '25대 유망 스타트업' 등에 피스컬노트의 이름을 올렸고, 자신도 포브스 '30세 이하 30인 창업가'에 꼽히는 등 글로벌 스타트업의 대표주자 중 한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이민 한인 2세로 1992년 미국 미시간주에서 태어났다. 학창시절 과테말라 봉사활동을 통해 가난과 불평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며 '세상을 보다 이롭게 변화시키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고등학교 재학 중에 봉사활동 전문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역시 고교 시절인 2008년 미국 대선 때는 버락 오바마 캠프에서 데이터 정치 전략을 짰다. 이듬해엔 몽고메리카운티 교육위원에 당선돼 정책 경험을 쌓았다.

명문 프린스턴대학교에 진학해 정치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근원적인 사회 변화를 원했던 그는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미국 한인사회에서 '차세대 빌 게이츠'로 불렸다. 야후 창업자 제리 양, 억만장자이자 미국 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인 마크 큐반 등 유명 투자자들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등 별명이 무색하지 않았다.

머니투데이의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에 수차례 참여해 대한민국의 창업 활성화와 이노베이션을 강연했던 황 CEO는 그간 머니투데이와 나눈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의 목표가 '미국, 아시아, 심지어 아프리카까지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공공 정보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9년 만에 뉴욕증시에 상장한 피스컬노트의 성장동력 중 하나는 M&A다. 피스컬노트가 보유한 다양한 자회사들과 브랜드들.

피스컬노트의 성장은 계속된다증시 상장을 통해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데 성큼 더 다가간 황 CEO는 "회사, 직원, 고객, 주주들에게 역사적인 순간으로 지속적인 성장과 확장을 위한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여정이 시작됐다"며 이번 상장의 의미를 밝혔다. 미국 증시 전문가들도 피스컬노트가 상장을 통해 자본비용 절감, 혁신 역량 및 전략적 M&A 가속화 동력 확보 등의 효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황 CEO는 그동안 공격적인 M&A를 통해 피스컬노트의 성장을 일궈 왔다. 최근 5년 간 14건의 기업인수를 기록할 정도다. 최근에도 활발히 M&A에 나서고 있으며 지난해 말에는 한국 기업인 대체 데이터 업체 에이셀테크놀로지를 인수했다.

글로벌 경제가 어려워졌지만 역설적으로 피스컬노트의 성장 전망은 더 밝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 인플레이션, 글로벌 경기둔화 등 경제적 불확실성이 동시에 높아지면서 피스컬노트의 정보 분석·제공 능력 가치와 수요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또 ESG(환경·사회적책무·지배구조개선) 경영 등 새로운 규제 환경에 사업 확장 영역이 더 넓어진 것도 호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