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패' 24년 신화? 이번엔 달라…中의 '균열' 신호들 [차이나는 중국]

중국 베이징에 있는 헝다의 미준공 아파트 단지/사진=블룸버그

"지금 중국 부동산 위기가 늘 그랬듯이 중국 정부가 잘 컨트롤해서 큰 무리 없이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냐?"

중국에 관련된 큰 이슈가 터질 무렵이면 뜬금없이 필자에게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중국에 15년 넘게 살면서 작은 사업을 하고 있는 지인이다.


"지금까지 괜찮았는데, 이번에도 별일 없겠죠"라고 말하려다가 문득 지금이 변곡점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8년 주택제도 개혁 이후 중국 부동산 시장은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된 조정을 거치지 않고 계속 성장해왔지만, 오르기만 하는 시장은 없다.

게다가 최근 블룸버그통신이 중국 아파트 수분양자(피분양자)들이 공사가 중단된 아파트에 대한 주담보 상환을 거부하면서 중국 은행업계가 최대 3560억 달러의 손실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하는 등 중국 부동산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과연 중국 부동산 시장은 이번에도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


1998년 주택제도 개혁 이후 20년 넘게 성장해온 부동산 산업1998년 겨울 중국에 처음 갔을 때, 필자는 베이징어언대학에서 단기 어학연수를 했다. 한 번은 중국인 교수의 집에 놀러갔는데 그가 차를 대접하면서 아파트를 얼마 전 '딴웨이(單位)'로부터 분배 받았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딴웨이'는 정부기관과 기업, 회사 등을 말한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주택정책은 1998년 이전에는 딴웨이가 직원에게 아파트를 분배했으나 1998년 주택제도 개혁 이후 주택분배가 없어지고 시장을 통해 공급하는 방식으로 부동산시장이 전환됐다. 그 교수는 운 좋게 주택 분배의 막차를 탔지만, 이후 중국인들은 주택을 직접 구매해야 했다.

1998년 이후 중국 부동산 시장은 20년이 넘는 초장기 호황을 누렸다. 중국 경제 역시 최고 두 자릿수 성장률로 고속 성장하며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7조7300억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해 미국 GDP(23조 달러)의 77%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지난 20여년 간 중국 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최대 원동력은 2001년 WTO 가입으로 인한 국제분업구조 편입 및 부동산 산업의 성장이다. 그동안 중국 부동산 산업은 중국 GDP의 25% 이상을 차지하면서 중국 경제 성장을 견인해왔다.

중국 부동산 가치도 급등했다. 중국 부동산의 전체 가치는 2000년 23조 위안(약 4370조원)에서 2020년 418조 위안(약 7경9420조원)으로 20년 동안 18배 넘게 늘었다.

베이징 등 대도시 부동산 가치가 급등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중국 부동산개발업체가 막대한 돈을 투자하며 매년 수천만 채의 아파트를 중국인들에게 공급해왔기 때문이다. 중국 부동산개발투자금액은 2002년 약 7800억 위안(약 148조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매년 20~30% 증가하면서 2011년 약 6조1800억 위안(약 1174조원)으로 불었다.

그동안 중국 부동산 시장은 제대로 된 조정 없이 장기 호황을 누려왔다. 경기침체에 빠질 때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부양을 통해 경기를 살리려고 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중국 부동산 시장이 조정을 받았지만, 그해 12월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았으면서 2009년 중국 부동산은 그야말로 폭등했다. 그 후에도 중국 부동산 시장은 시장 과열로 정부가 투기억제에 나섰다가 경기 침체 조짐이 보이면 경기 부양을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등 투기억제와 부양책이 반복됐다.

중국 도시화율 역시 부동산 사이클 전환을 전망케 하는 요소다. 그동안 중국 도시화율은 매년 1%p 이상 상승하며 2021년 63%까지 상승했다. 중소득 국가(54%)를 훨씬 초과한 수치다. 앞으로도 중국 도시인구는 계속 늘겠지만, 증가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

10여년 전부터 중국 부동산 폭락을 경고한 앤디 시에사실 중국 부동산 불패(不敗) 신화가 이렇게 오래 지속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가장 먼저 중국 부동산 시장 폭락을 경고한 사람은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앤디 시에(Andy Xie)다. 앤디 시에는 2010년 무렵부터 중국 부동산이 50% 폭락할지 모른다고 주장했지만, 부동산 시장은 아랑곳없이 상승을 지속했다.

중국 정부의 '보이는 손'이 부동산 시장을 떠받칠 거라고 믿은 중국인들이 끊임없이 부동산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2015년에도 규제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하락하자, 중국 정부는 투기억제에서 부양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부동산개발투자금액은 2015년 1% 증가에 그쳤으나 2016년 6.9% 늘어나는 등 다시 증가했으며 그해 베이징·상하이뿐 아니라 난징·허페이 등 2선도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중국 부동산개발투자금액은 지난해 14조7600억 위안(약 2804조원)까지 증가했다. 20년 남짓한 기간 동안 약 19배 급증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에는 부동산개발투자금액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4% 감소하는 등 사상 처음 투자금액이 쪼그라들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투자금액은 올해 들어 감소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시아 최고 女부호 재산 반토막…아파트 수분양자들은 대출 상환거부한 번도 제대로 된 조정없이 20년 넘게 상승해온 중국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을 지난 것이다. 올해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그동안 들어보지 못한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아시아 최고 여성 부호 양후이옌 컨트리가든 공동 회장/사진=블룸버그

올해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중 판매금액 1위는 컨트리가든(碧桂園·비구이웬)이다. 그런데 주가 급락으로 회사 최대주주인 양후이옌(41)의 재산이 올해 240억 달러에서 110억 달러로 감소한 사실이 CNN 등 외신에 의해 보도되면서 화제가 됐다.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파산위기에 빠진 헝다뿐 아니라 중국 부동산업체 대다수의 재무건전성이 악화일로다.

더 중요한 뉴스는 주택담보대출 상환거부 움직임이다. 지난 7월부터 허난, 산시, 후난, 후베이 지역의 90개 이상 도시에서 자금난으로 건설이 중지된 아파트의 수분양자(피분양자)들이 주담보 상환거부에 나섰다.

중국 아파트 수분양자들이 주담보 상환을 거부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중국 주택담보대출 절차를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대개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을 입주 전까지 나눠서 내게 된다. 하지만 중국은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계약금 30%를 일시불로 지급한 후 나머지 70%에 대한 모기지론이 즉시 실행되고 상환이 시작된다.

원칙적으로 아파트 수분양자들이 납부한 돈은 해당 아파트 단지 건설에만 사용해야 하지만, 중국 부동산업체들은 분양대금으로 다른 택지를 매입하는 등 별개 용도로 전용해왔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누릴 때는 아무런 문제가 안 됐지만, 부동산 경기가 꺾이고 신규 분양대금 유입이 끊기자 부동산업체는 이미 분양한 아파트를 지을 돈이 없게 됐다.

아파트 수분양자들이 화딱지가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다. 이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면 중국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고, 결국 중국 은행의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부동산의 불패 신화가 서서히 종료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지난 2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은 제로코로나 정책에 따른 고강도 봉쇄정책으로 0.4%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약 5.5% 달성도 불가능할 전망이다.

중국 경제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고난도의 고차방정식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