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전파 받고 손놓은 용산구 ...20분 '골든타임' 놓쳐

지난달 30일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경찰 및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이태원 참사 현장을 지휘하고 상황을 전파했어야 할 용산구청이 사고를 인지하고도 20분간 용산보건소 등 유관기관으로 전파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구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재난 대비 매뉴얼도 지키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용산구 용산구 재난 및 안전 관리기구의 구성 운영 조례·시행규칙(이하 시행규칙)'에 따르면 '재난상황 및 수습상황은 대책본부(본부장 구청장)에 내부 보고하고 유관기관에 신속히 보고 또는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참사 당일 밤 10시 15분 신고를 접수한 후 소방은 서울시 재난통합상황실에 밤 10시 26분에 전파했다. 용산구에는 서울시 전파 3분 후인 밤 10시 29분에 사고 발생 사실을 전파했다.

시행규칙에 따르면 재난 상황을 인지하면 구는 구청장을 본부장으로 하고 부구청장을 차장으로 하는 대책본부를 설치해야 한다. 또 인적재난(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 대처가 필요한 인명 또는 재산 피해가 발생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재난상황 및 수습상황을 대책본부 내부, 구 관계부서, 서울시 안전대책본부, 기타 유관기관에 속히 보고 또는 통보해야 한다.

구체적인 보고 또는 통보 대상으로 △내부보고(상황실장 → 통제관 → 차장·부구청장 → 본부장·구청장)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행정안전부 중앙재난 종합상황실 △긴급구조지원기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참사 초기 용산구청은 이같은 조치를 하지 않았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따르면 당시 용산구청에는 근무자 8명이 숙직 근무 중이었으나 참사 초기 시행규칙에 따른 대응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직후 당직사령을 포함한 당직자 3명만 현장에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규칙에 따르면 당직근무자는 상황실장을 맡아 구청장에게 상황을 전파했어야 한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상인연합회 직원으로부터 당일 밤 10시 51분 참사 발생을 전달 받았다.

용산구청은 참사 발생 후 현장 의료팀을 지휘할 관할 보건소장에게도 전달하지 않았다. 참사당일 용산 보건소장는 용산구청이 아닌 중앙응급의료센터 상황실에서 용산구 보건소 신속대응반에 출동을 요청하면서 밤 10시 50분에 상황을 인지했다. 용산 보건소장은 사고 발생 1시간 15분 후인 밤 11시 30분에 현장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