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인사에 '외풍' 우려…이복현 "정치적 외압 없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뉴스1

금융위원회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해 문책경고 중징계를 내리자 금융권에선 '외풍'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국 개입과 벌써부터 낙하산 인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정치적 외압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 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소재 롯데호텔에서 금융지주·은행·증권·보험사 글로벌사업 담당 임원과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손 회장의 중징계 결정에 대해 "정치적 외압은 있지 않다"며 "향후 어떤 외압이 있더라도 제가 그 외압에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전날 금융위원회는 9일 정례회의를 열고 손 회장 제재안을 확정했다. 금감원이 금융위에 건의한 '문책경고' 원안대로다.

금감원이 손 회장 제재안을 결정한 건 지난해 4월. 1년7개월간 유보한 결정을 금융위는 약 2주만에 속전속결 처리했다. 금융위는 지난달말 안건 소위원회 재개를 시작으로 수차례 논의를 진행했다. 당초 제재안 확정에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으나 정례회의에 처음 올린 당일날 확정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정례회의 전에 기자들과 만나 "지금 시장이 많이 어렵지만 이런 핑계로 모든 걸 미뤄둘 수는 없다"며 "정리할 것은 빨리 하나씩 정리하자는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금융권에선 시기가 왜 지금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인사를 앞두고 당국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금융권은 압박으로 인식하고 있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임기를 5개월 남기고 지난 7일 자진 사임한 배경에도 당국의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강민국·윤한홍 의원은 '김 회장 아들 부당 지원 의혹'을 제기했다. 직후 금감원은 BNK금융에 대한 현장 검사에 나섰다.

또 BNK금융이 조건없이 회장 후보군에 외부 인사를 추가할 수 있도록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규정을 바꾼 데에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직접적으로 작용했다. 금감원은 최근 BNK금융 이사회에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계열사 CEO로 국한한 승계계획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등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규정 개정이 이뤄진 지 4년간 아무런 의견을 제기하지 않다가 CEO 선임을 앞두고 의견서를 전달한 것이다.

금융권에선 낙하산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금융권에선 전직 고위 관료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심지어 우리은행 민영화를 이끈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까지 거론되고 있다. 우리금융 노조가 손 회장 제재안이 확정된 직후 '우리금융을 관피아의 보금자리로 전락시키는 형태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낸 이유다.

다른 금융회사들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금융과 BNK금융 외에도 NH농협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는 CEO 인사를 앞두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지배구조 리스크를 해소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정권이 바뀌면 물거품이 된다"며 "은행에 공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건 이해하지만 공공기관처럼 여기는 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이 원장은 손 회장이 제재안에 불복해 소송을 또 제기할 것으로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 "지금은 급격한 시장변동에 대해 당국과 금융사들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당사자도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