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수사에 뒤숭숭한 용산구청.."업무 집중 힘들어"

지난 8일 저녁 특수본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청 구청장 집무실 등의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용산구청을 정조준하면서 조직 내부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실제로 특수본은 11일 용산구청 직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게 적용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전날에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 소속 직원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


지난 2일과 8일엔 박 구청장 집무실을 비롯해 부구청장실, 행정지원국 및 문화환경부 소속 각 사무실과 폐쇄회로(CC)TV 통합관제센터 등 구청 19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를 두고 구청 내부에선 당혹스럽단 반응과 함께 참사당일에 대한 조사 등으로 기존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호소가 나온다. 한 구청 관계자는 "수사와 논란의 중심에 있으니 뒤숭숭한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핼러윈 데이에 대한 대책이 사전에 더 철저히 준비됐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당연히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제8차 전체회의에 참석한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진=뉴스1

특수본은 용산구청이 핼러윈 안전대책을 제대로 수립했는지, 실제 어떤 업무를 이행했는지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피고 있다. 특히 용산구청이 참사 직후 재난문자를 발송해달라는 정부와 서울시 요구에도 78분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재난문자가 왜 지체됐냐는 질문에 구청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이 어렵다"고 했다.


특히 용산구청이 이태원 참사 전부터 핼러윈 축제를 대비한 종합상황실을 운영했다고 발표한 사실이 거짓이라는 의혹도 나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당직일지를 보면 지금껏 상황실이라고 밝혀온 곳은 당직실"이라며 "당직실에는 총 8명이 근무했는데, 이들은 자신이 근무하는 곳이 종합상황실이었던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합상황실로 소개된 번호는 안전재난과, 당직실 번호"라면서 "구청에선 참사 직후 당직사령을 포함한 근무자 3명만 현장에 나갔고 상황실에서 연락이 온 바도 없어 추가 현장 인원이 얼마나 배치됐는지 모른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박 구청장의 당일 행적과 부실했던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 예방대책 마련도 특수본의 수사 대상이다. 그동안 박 구청장은 참사 당시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지휘하고 구청 상황실에서 재난 대응을 총괄했다고 밝혔지만, 이 부분 역시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또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참사 직후인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4분부터 이튿날 오전 6시35분까지 6차례 상황판단회의를 개최했지만, 박 구청장은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