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급성 뇌졸중약 공급 대란 위기…정부 '핫라인' 구성

지난해 급성 뇌졸중 환자들에게 3400건의 처방이 이뤄진 급성 뇌졸중 치료제 '액티라제(성분명 알테플라제)'의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약의 제조회사인 베링거인겔하임의 의약품공장에 문제가 생겨 생산과 공급에 차질을 빚어지고 있어서다. 이 약이 뇌졸중 환자증상을 완화하는 유일한 치료제란 점에서 의료계는 물량이 부족할 경우 환자의 치료권이 박탈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한뇌졸중학회는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보건복지부 등 당국에 액티라제 물량확보가 필요하단 공문을 보냈다.

정부는 액티라제의 국내 공급엔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만일에 대비해 뇌졸중 외 환자에는 이 약을 처방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의료계에 협조를 구했다.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액티라제 공급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액티라제는 혈관 속에 피가 굳어서 생긴 덩어리인 혈전을 녹이는 정맥 주사제다. 급성 뇌졸중 환자가 호흡곤란 등 증상이 나타났을 때 4시간30분 내 투약하도록 허가받은 유일한 혈전용해제다. 신속히 투여할수록 호전 가능성도 커진다. 대신 4시간30분이 지나면 약물 치료는 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 환자는 혈전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게 된다.

이 약의 공급량이 문제가 됐다. 외신에 따르면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 8월 액티라제를 생산하는 공장 사정으로 인해 "생산이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했다. 회사는 3년 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새 공장을 설립해 공급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이후 유럽의약품청(EMA)은 회원국 내 학회에 액티라제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호주에서도 당국이 액티라제 공급 부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해외 학회를 통해 대한뇌졸중학회도 액티라제 공급 부족 문제를 인지하게 됐다. 학회는 물량 확보가 필요하다는 공문을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냈다. 학회에 따르면 액티라제 처방은 지난해 3400건 이뤄졌다.


김태정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초기 코로나19 백신과 같다"며 "전 세계적으로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느 나라가 많이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 초기 공문을 보낸 이후에 식약처, 한국베링거인겔하임과 회의가 열렸고 회사 측에서는 내년에도 국내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뇌졸중은 뇌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병이다.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뇌출혈(출혈성 뇌졸중)로 나뉜다. 호흡곤란, 손발 마비 등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사망 원인 질병으로는 암, 심장질환, 폐렴에 이어 4위다.

증상이 나타나고 4시간30분 내 액티라제를 투약하면 환자가 호전될 수 있는데 물량이 부족하면 환자는 가장 중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 김 이사는 "물량 부족으로 약 처방을 하지 못하면 제일 중요한 치료를 못 받게 되는 것"이라며 "이런 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현행 약사법상 제약사는 의약품의 공급부족 발생이 예상될 때 60일 전에 보고하도록 규정돼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업체와 핫라인이 만들어졌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바로 얘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핫라인 구성 외에도 식약처는 최근 학회 등 의료계에 액티라제를 오프라벨(허가 외 처방)로 사용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김 이사는 "오프라벨을 줄이면 물량 소진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필요한 환자가 적절한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도 계속 모니터링하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