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억 선발도 가능' 루친스키, 김하성 동료 안되길 참 잘했다

2022 KBO 올스타전 당시 드류 루친스키./사진=김동윤 기자

보면 볼수록 '전 NC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35)는 본인에게 있어 최선의 팀을 골랐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에서 샌디에이고를 전담하고 있는 데니스 린은 최근 샌디에이고의 메이저리그 로스터를 조명하면서 "소식통에 따르면 샌디에이고는 루친스키가 오클랜드와 1년 3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루친스키 대신 그 돈을 세스 루고와 맷 카펜터를 영입하는 데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김하성(28)의 동료가 될 수도 있었지만, 이후 샌디에이고의 행보를 보면 안 된 것이 루친스키에게는 참 잘된 일이다. 샌디에이고가 월드시리즈 우승이란 큰 꿈을 위해 선발진 보강에 적극적인 것은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다르빗슈 유-조 머스그루브-블레이크 스넬-닉 마르티네스-루고로 이어지는 쓸만한 로테이션을 갖췄음에도 팀 내 여유 자원을 활용해 선발 투수를 노린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는다.

이 말인즉, 루친스키가 영입됐어도 샌디에이고는 선발 투수 추가 영입을 검토했을 것이란 뜻과 같다. 많은 선발 투수의 확보는 월드시리즈 우승 도전팀에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루친스키처럼 메이저리그 연착륙을 노리는 선수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달갑지 않다.

월드시리즈 우승만을 바라보는 샌디에이고의 시선도 루친스키가 바라보는 방향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루친스키의 제1과제는 '선발 투수로서' 메이저리그 연착륙이다. 더욱이 강력한 구위로 많은 삼진을 잡는 유형이 아닌 땅볼형 투수로서, 안정감을 보여줄 충분한 기회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승을 노리는 포스트시즌 진출권 팀에 5선발 투수가 적응하기 위한 여유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NC 시절 드류 루친스키./사진=NC 다이노스

정반대로 오클랜드는 기회의 땅이다. 지난해 60승 102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꼴찌를 기록한 그들은 주전 포수마저 이번 겨울 트레이드하면서 확실한 리빌딩 모드로 돌아섰다. 성적에 대한 압박도 없고 경쟁자들도 사실상 없다. 20대 후반의 비슷한 기량을 지닌 선발 투수들이 즐비해 루친스키도 성적에 따라 충분히 에이스로 발돋움할 수 있다.

계약 세부 내용에서도 구단의 신뢰를 엿볼 수 있다. 흔한 5선발 중 하나로 보던 샌디에이고와 다르다. 루친스키는 지난달 21일 오클랜드와 1+1년 최대 800만 달러(약 99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기본 300만 달러(약 37억 원) 보장에 2024년은 500만 달러(약 62억 원)의 구단 옵션이다.

같은 팀 동료가 된 후지나미 신타로(29)의 계약 내용과 비교해보면 깔끔하다. 고교 시절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의 라이벌로 유명했던 후지나미는 지난 14일 오클랜드와 1년 325만 달러(약 40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선발 출전 횟수에 따른 인센티브도 있다. 미국 매체 CBS에 따르면 후지나미는 선발 투수로 5회, 8회, 10회 등판할 때마다 각각 10만 달러, 13회, 18회일 때 각각 15만 달러, 22회, 25회일 때 각각 20만 달러를 받는다. 총 100만 달러 규모다.

이러한 형태의 인센티브는 흔히 몸 상태가 미심쩍은 선수들과 계약할 때 나온다. 구단 입장에선 잃을 것이 없다. 당장 보장액에서는 후지나미에 뒤처질지 몰라도 똑같이 좋은 활약을 보여줬을 경우 받는 총액은 루친스키가 훨씬 많다. 실제로 전 KBO 동료 메릴 켈리(35·애리조나)는 준수한 활약으로 구단 옵션 2개를 모두 실행해 2+2년 계약을 4년 계약으로 탈바꿈시켰다.

켈리(전 SK), 크리스 플렉센(전 두산), 다린 러프(전 삼성) 등 메이저리그에 순조롭게 연착륙하는 선수들이 최근 늘어나면서 KBO리그를 향한 관심도 늘고 있다. 지난 4년간 KBO리그 대표 에이스로 활약했던 루친스키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