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중 사라진 치매 노인...경찰 수색으로 10시간만에 발견

지난달 30일 오전 10시40분쯤 서울 은평구 대조동 한 건물의 옥상에서 은평경찰서 대조파출소 이상완 순경이 실종된 80대 치매 노인 A씨를 발견해 구조하고 있다. 발견 당시 A씨는 밤 사이 추운 밖에 있어서 다리가 굳고 말라서 업고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사진제공=서울 은평경찰서.

한밤중 외투도 안 걸치고 집을 나간 80대 치매 노인을 경찰이 수색해 실종 신고 30여분만에 구조했다. 노인이 집을 나선 지 약 10시간 만이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은평경찰서 산하 대조파출소는 지난달 30일 오전 10시30분쯤 은평구 대조동 상가건물 옥상에서 치매 환자인 여성 A씨(85)를 구조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9시57분 "중증 치매 환자인 어머니가 밤사이 휴대폰도 놓고 집을 나갔다"는 A씨 아들의 신고를 받았다. 아들과 A씨는 함께 살지만 아들은 잠에 들었어서 A씨가 사라진 사실을 아침에야 알았다.

대조파출소 황주현 경감은 은평구청 관제센터에 CCTV 추적을 요청했다. 관제센터는 약 5분 만에 A씨를 찾아냈다. A씨는 오전 0시15분쯤 집을 나섰고 오전 2시쯤 한 상가 건물로 들어갔다. A씨가 건물 밖으로 나오는 모습은 찍히지 않았다.

상가는 A씨 집과 약 400m 떨어져 있었다. 경찰은 오전 10시5분쯤 상가에 도착했다. 주변을 수색해야 할 것을 염두에 두고 경찰관 7명이 출동했다.


경찰은 30분가량 상가 내부와 옥상을 수색했다. 옥상에서 실족했을 가능성도 있어서 상가 주변을 살폈지만 A씨를 찾지 못했다.

'옥상에도 없나' 싶었던 찰나 경찰은 옥상 물탱크 위로 세워진 철제 사다리 위에 사람 형제를 발견했다. 손을 대니 '악' 소리가 들렸고 사다리 위에서 A씨를 발견했다.

서울 은평경찰서 대조파출소 경찰관이 지난달 30일 오전 10시30분쯤 은평구 대조동의 한 상가건물 옥상에서 A씨(85)를 구조하고 있다. 치매에 걸린 A씨는 같은 날 자정쯤 외투를 입지 않고 집을 나섰다. A씨의 아들이 실종 신고를 해 경찰이 수색에 나섰고 30여분만에 A씨를 구조했다./사진제공=서울 은평경찰서.

A씨는 외투를 안 입고 집을 나섰다. 다리가 차갑지만 감각이 있었고 다른 다친 데는 없었다.

A씨는 밤사이 추운 밖에 있어서 다리가 굳어 있었다. 이상완 순경은 사다리를 올라 A씨를 업고 내려왔다. 이 순경은 "A씨가 너무 가볍고 말랐다"며 "내 할머니가 생각나 울컥했다"고 했다.

경찰은 오전 10시30분쯤 A씨를 상가 1층에 기다리던 가족에게 인계했다. 가족은 "추운 날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대조파출소 일대는 주민들의 연령이 높고 치매 노인도 많은 편이다.

황 경감은 "치매 노인 중에 걸어 다니는 데 지장이 없는 노인은 환자로 보이지 않아서 실종돼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이름과 연락처 등이 적힌 팔찌, 목걸이 등을 만들어 착용시키길 권고한다"고 했다.

이어 "치매는 가족도 감당하기 어려운 병"이라며 "앞으로도 치매 노인 실종 신고에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