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국가분열' 위기 일단락되나…네타냐후 "사법개혁 입법 연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FPBBNews=뉴스1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법부를 무력화하겠다'는 사법개혁 입법 추진 일정을 연기했다. 사법개혁을 반대하는 국방부 장관 해임으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최대 노조의 총파업 선언으로 국가 분열 위기에 놓이면서다.

27일(현지시간) CNBC·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생중계된 TV 연설에서 "대화를 통해 내전을 피할 기회가 있을 때, 나는 총리로서 대화를 위해 '타임아웃'을 할 것"이라며 논란이 되는 사법개혁 계획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국가 분열을 막기 위한 의지로 광범위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사법 정비 입법안에 대한 2~차 독회(심의)는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와 면담 후 사법부 개편 법안 입법을 크네세트(의회) 다음 회기까지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최고 권력기관인 크네세트는 120명의 의원으로 구성된다. 유대민족의 출애굽기를 기념하는 명절인 유월절(4월 5~22일)을 전후로 휴회해 다음 회기는 5월 초에 시작한다.

외신은 네타냐후 총리의 이날 연설이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 해임에 분노한 수만 명의 이스라엘 시민이 의회 밖에서 사법개혁 반대 시위에 나서고, 이스라엘 최대 노동조합이 전국적으로 파업을 시작하면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갈란트 장관은 해고 전날인 지난 25일 TV 연설을 통해 사법개혁 입법안 표결의 연기를 촉구했다. 그는 "심각한 분열이 군 내부로 확산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라며 사법개혁 중단을 요구했다. 갈란트 장관 해고 이후 사법개혁에 반대하는 시민의 분노가 한층 커지며 국가분열 위기가 고조되자 네타냐후 총리가 한걸음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사법 개혁 반대 시위대가 고속도로에 모닥불을 피우고 모여 있다./AP=뉴시스

이스라엘 야당 측은 사법 개혁안 입법 연기를 조심스럽게 환영하며 정부가 진정성을 보인다면 합의 도달에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제1야당인 예쉬 아티드 대표이자 전 총리인 야이르 라피드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연기가 네타냐후 총리의 계략이나 속임수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정부가 진정하고 공정한 대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위기의 순간에서 벗어나 더 강하게 단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영국 등 서방도 네타냐후 총리의 입법 연기를 환영했다. 카린 장-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은 네타냐후 총리의 TV 연설 이후 "우리는 이번 발표를 타협을 위한 추가 시간과 공간을 만들 기회로 환영한다"며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가능한 한 빨리 타협안을 찾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전했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은 환영의 뜻을 전하며 "양국 관계를 뒷받침하는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고, 견제와 균형의 강력한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우파에 치우쳐 있다고 평가받는 이스라엘 현 정부는 지난해 말 집권 직후부터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사법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입법안의 핵심은 대법원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의회가 확보하는 것으로, 개혁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대법관 임명을 통제하고 대법원 결정을 무효화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개혁을 지지하는 측은 사법부가 너무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이 권한을 좌파 의제를 위해 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파는 사법 개혁을 사법부의 독립성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