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진에 수출 '뚝'…23개월째 교역조건 뒷걸음질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역대 최악' 수준인 한국의 교역조건 악화 흐름이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정보기술) 경기 부진 심화 등으로 수출금액지수는 5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 수출 가격이 수입 가격보다 더 크게 내린 탓에 교역 조건은 23개월 연속 악화했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23년 2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달러 기준 수출금액지수(2015=100)는 120.05로 전년 동월 대비 6.9%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이다.

품목별로는 석탄 및 석유제품(12%), 운송장비(36.1%) 등이 증가했지만 △컴퓨터·전자·광학기기 -36.2% △1차 금속 제품 -7.5% △화학 제품 -6.1% △섬유·가죽 제품 -3.9% 등 우리 수출 주요 품목의 내림폭이 컸다.

다만 수출물량지수(117.20)는 1년 전보다 1.1% 오르며 5개월 만에 상승전환 했다.

지난달 수입금액지수(154.11)와 수입물량지수(125.89)도 3개월 만에 전년 동월 대비 상승전환에 성공했다. 각각 전년 동월 대비 3%, 6.7% 상승했다.

2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3.67로 전년 동월 대비 4.5% 하락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상품 한 단위 가격 간 비율이다. 우리나라가 수출 한 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의미한다. 예컨대 지난달 기준으로는 상품 100개를 수출하면 83.67개 상품을 수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2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수출 가격(-7.9%)이 수입 가격(-3.6%)보다 더 크게 내린 영향이다. 연속 하락은 2017년 12월부터 2020년 3월까지 28개월 연속 떨어진 이후 최장기간 하락이기도 하다.

지난달 소득교역조건지수(98.06)는 수출물량지수(1.1%)가 상승했지만 순상품교역조건지수(-4.5%)가 하락해 전년 동월 대비 3.5% 내렸다. 소득교역지수는 우리나라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전체 상품의 양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