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멕시코 이민자 수용시설 불타는데…구조 없이 빠져나간 직원들

머니투데이

김미루 기자

미국 국경 근처 멕시코 이민자 수용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로 최소 38명 사망한 가운데 직원들이 이민자들을 구조하지 않고 달아나는 모습의 폐쇄회로(CC)TV가 공개돼 멕시코 사회가 공분에 휩싸였다. /영상=Joaquin Lopez-Doriga 트위터 갈무리

미국 국경 근처 멕시코 이민자 수용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로 최소 38명 사망한 가운데 직원들이 이민자들을 구조하지 않고 달아나는 모습의 폐쇄회로(CC)TV가 공개돼 멕시코 사회가 공분에 휩싸였다.

2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멕시코 이민청(INM)이 전날 밤 9시30분쯤 북부 도시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 발생한 화재로 중남미 출신 남성 최소 38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쳤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날 확인된 CCTV 영상에는 화재가 발생하자 시설에 갇힌 이민자가 자물쇠로 굳게 잠긴 철창을 발로 차는 모습이 보인다. 직원 복장의 두 사람은 아무런 구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서둘러 빠져나간다. 영상이 시작된 지 30초 만에 건물 내부가 희뿌연 화재 연기로 가득 찬다.

당국은 불법 입국 이민자들이 추방을 앞두고 시위 차원에서 방문 철창살에 매트리스를 쌓아 놓고 불을 질러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직원이 이민자들을 구조하지 않고 탈출한 데 대해서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민자들 스스로 곧 추방될 것을 알고 항의를 위해 불을 낸 것"이라며 "그 행동이 이런 끔찍한 비극을 초래할 것이라고 상상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용시설 바깥에는 이날 100여명의 이민자가 몰려와 수용된 가족과 친지들의 안부를 확인하느라 북새통을 벌였다. /로이터=뉴스1

수용시설 바깥에는 이날 100여명의 이민자가 몰려와 수용된 가족과 친지들의 안부를 확인하느라 북새통을 벌였다. 앞서 당국은 가족 단위 이민자들을 수십여명 검거하고는 남성 구성원 한 명씩만 시설에 수용했다. 남은 가족 구성원들은 거리에서 생활하며 가족이 풀려나기만을 기다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화재를 두고 "멕시코와 미국의 제한적이고 잔인한 이민 정책의 결과"라고 밝혔다.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의 국경도시 시우다드후아레스는 미국으로 이동하려는 불법 이민자들의 발이 묶이는 도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