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中배터리공장 초록불"…2차전지株 일제히 급락

/사진=고션 웹사이트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밝힌 중국 회사 고션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 위험 검토를 통과했다. 앞서 주정부로부터 거액의 보조금도 약속받은 상황. 고션은 공장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을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디트로이트비즈니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고션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고션의 미시간 부지 매입 제안이 심사 대상 부동산 거래나 미국 국방물자생산법(DPA)의 적용을 받는 거래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막강한 권한을 갖는 CFIUS는 재무장관을 의장으로 하는 투자 심의 기관으로 해외 자본의 미국 투자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판단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폭스뉴스는 이번 결정을 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고션의 미국 공장 설립 계획에 초록 불을 켜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

고션 북미지사 부회장인 척 텔렌은 "우리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CFIUS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했으며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대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고션은 지난해 10월 미시간주에 24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밝혔으나 현지에서 국가안보 우려가 제기되고 정치적 논쟁이 일자 올해 4월 자발적으로 CFIUS의 검토를 신청한 바 있다. 이후 고션은 검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장 계획 건설을 보류했다.

이번 결정으로 고션은 미시간주 메코스타카운티 그린타운십 200만제곱피트 부지에 양극재와 음극재 생산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추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당초 올여름 착공에 들어가 완공까지 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으며, 일자리 2350개 창출이 기대된다. 미시간주 의회는 지난 4월 고션 공장 건설에 1억7500만달러의 보조금을 최종 승인한 바 있다.


고션의 모회사인 고션하이테크는 CATL, BYD, CALB를 잇는 중국 4대 전기차 배터리 회사다. 2020년 독일 폭스바겐이 회사 지분 26%를 사들여 최대 주주가 됐다. 창립자인 중국인 리젠은 지분 13.6%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미·중 갈등과 중국 견제를 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도 불구하고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투자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는 중국 CATL과 합작해 35억달러를 들여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테슬라도 CATL과 미국 공장 건설을 논의 중이다. 포드와 테슬라 모두 공장 지분을 100% 갖고 CATL로부터 기술을 제공받는 구조다. 미국 기업의 형태를 취해 중국 등 우려 국가에 의해 제조된 배터리 부품 사용을 금지한 IRA를 우회하려는 취지다.

고션을 두고는 중국 업체로 봐야 할지 독일 업체로 봐야 할지를 둘러싼 논쟁이 진행 중이다. 중국 기업이긴 하지만 폭스바겐이 최대 주주라서다. 고션은 스위스 증시에 상장돼 있고 폭스바겐이 최대 주주인 만큼 중국 회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중국 기업으로 해석될 땐 IRA에 따라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더라도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중국 기업의 잇따른 미국 진출은 당초 미국 시장을 텃밭으로 삼으려던 한국 기업들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14일 한국 증시에서 에코프로비엠 등 2차 전지주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일각선 고션의 미국 진출은 IRA 보조금 없이도 경쟁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