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6, 7월 물가상승률 2%대로↓…다시 올라 연말 3% 내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한은

한국은행이 19일 "전년 동기 대비 6월과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지난해 석유류 가격이 크게 뛰었던 기저효과 영향이다. 8월 이후부터는 이러한 기저효과가 사라지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반등해 연말 3%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근원물가(식품·에너지 제외)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는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와 설명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창호 한은 조사국장은 "지난해 상반기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 6, 7월 2%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작년 8월 석유류 가격이 크게 하락한 만큼 올해 8월에는 반대의 기저효과가 나타나면서 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는 여전히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가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공공요금 등 '관리물가'를 제외하면 근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4%대 중반을 기록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의 관리물가 억제가 없었다면 물가가 더 크게 올랐을 것이라는 의미다.


관리물가는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46개 품목을 모아 산출한다. 전기·도시가스·수도 등 공공요금뿐 아니라 휴대전화 요금, 부동산중개 수수료, 보험료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하반기 중 전기·도시가스와 같은 공공요금과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어 전체 근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의 경우 하반기 중 시내버스 요금이 150원 오를 전망이다. 지하철 요금도 150원 인상 가능성이 있다. 부산, 광주, 인천 등은 택시요금이 700~1000원 인상된다.

한은은 "하반기 대중교통요금 인상,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조치 종료 등이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류세 인하폭이 축소되거나 전기·도시가스요금이 추가 인상될 경우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 시기와 관련한 질문에 "연말 물가 상승률이 2%대로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으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지만 지금은 연말 물가가 3%대로 가는지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하반기 물가가 예상경로를 벗어나면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면서도 그 조건은 경로를 '크게' 벗어나는 때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장기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아직 크게 변동됐단 증거는 보지 못했고 장기 인플레는 2%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서 안정적일 것"이라며 "하반기 물가가 우리 예상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면 당연히 정책 대응 필요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대응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또 "(최근 기준금리 인상을 재개한) 호주와 캐나다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최근 5% 이상을 넘어가 우리와는 다른 상황"이라며 "우리는 3%대로 수렴했다가 어떻게 반응할지 보고 2%대로 내려갈지 등을 한꺼번에 고려해 (기준금리 방향을)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 총재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업계에 라면 가격 인하 요청을 한 데 대해 "(가격을) 관리하겠다는 게 아니라 최근 물가가 떨어지는 과정에서 기업의 마진이 많이 올랐다"며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이 떨어졌으니 그에 맞춰 고통을 분담해달란 정치적 말씀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추 부총리는 지난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지난해 9~10월 국제 밀 가격 상승과 인건비 증가로 라면 업체들이 소비자 가격을 많이 올렸는데 지금은 밀 가격이 당시 대비 50% 내렸다"며 "밀가루 가격으로 올렸던 부분에 대해선 다시 적정히 내리는 대응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오는 29~3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한일 통화스와프 재체결이 추진되는 것과 관련해선 "환율 안정과 같은 경제적 요인보다는 한일 경제교류와 기업투자 등 경제관계가 회복됐다는 상징적 차원에서 중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가계대출이 다시 꿈틀대며 부동산시장이 다시 과열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데 대해선 "성급한 진단"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부동산담보대출이 늘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가계때출이 확 늘어날 것이라거나 부동산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진단하는 건 성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