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경제 회복 택했다"…그리스 집권 여당 총선 압승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 신민주주의당(신민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도청 스캔들, 열차 충돌 참사 등 대형 악재가 잇따랐지만, '경제 회복'을 앞세워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2차 총선을 치른 25일(현지시간) 결과 발표 후 아테네의 신민당 본부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CNN 등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그리스 2차 총선 개표가 거의 완료된 가운데 중도우파 성향 신민주당이 40.5%를 득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대 야당인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득표율은 17.8%에 그쳤다.


이로써 신민당은 전체 300개 의석 가운데 158석을 차지하며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는 1차 총선에서 과반 득표 정당이 없으면 연립정부를 구성해 과반을 채워 집권하거나 2차 총선을 치러야 한다. 2020년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2차 총선에서 제1당이 되면 득표율에 따라 20~50석의 보너스 의석을 더 받을 수 있다.

1차 총선 직전까지 신민당에는 악재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해 8월 정보기관이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을 도청했다는 일명 '그리스판 워터케이트' 의혹이 불거져 미초타키스 총리는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았다. 이어 지난 2월 그리스 역사상 최악의 열차 충돌 사고가 발생해 57명이 사망했다. 정부가 열악한 철도 시스템을 방치해 참사가 발생했다는 분노 여론이 확산하면서 수십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였다. 당초 4월로 계획됐던 1차 총선도 열차 사고의 여파로 연기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신민당은 지난달 21일 열린 1차 총선에서 득표율 40%를 넘기며 시리자(20%)를 크게 따돌렸다. 예상 밖의 대승이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선 신민당과 시리자의 득표율 격차가 6~7%포인트로 추정됐다. 신민당은 146석을 얻었지만 단독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엔 5석이 모자랐다. '연정은 없다'는 입장을 피력해 온 미초타키스 총리는 정부 구성권을 반납하고 2차 총선을 준비했다.


한 달 여 만에 2차 총선을 치른 신민당은 1차 총선의 기세를 몰아 시리자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이날 승리 연설에서 "오늘 선거 결과로 그리스는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었다"며 "그리스에 필요한 개혁을 더 빨리 추진하라는 유권자들의 강력한 명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금 인상과 의료 시스템 개혁을 통해 불평등을 줄이고 성장을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현 총리, 무상의료·연금제도 건드리며 부채율 낮춰그리스 국민들은 미초타키스 총리의 경제적 성과에 주목, 신민당의 손을 들어줬다. 2019년 첫 집권한 미초타키스 총리는 각종 개혁을 통해 그리스의 고질적인 경제 문제를 손보고 성장을 이끌었다. 그리스는 1980년대부터 과도한 복지 지출로 인해 국가 부채가 쌓여 갔고, 만성적 재정 적자에 시달렸다. 2015년엔 국제통화기금(IMF)의 채무 상환에 실패하며 '기술적 디폴트'에 빠지기도 했다.

국제 컨설팅 회사 매켄지 등에서 경력을 쌓은 은행가 출신의 미초타키스 총리는 고강도 긴축 정책에 나섰다.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꼽혔던 무상의료 정책과 연금 제도를 손봤다. 공공부문 임금도 대폭 삭감했다. 그 결과 2020년 206%였던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지난해 171%로 떨어졌다. 경제성장률도 2021년 8.4%, 지난해 5.9%로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신용등급 회복도 목전에 두고 있다.

AP통신은 "최근 그리스 해안에서 난민 밀입국선이 침몰에 수백 명의 사상자와 실종자를 낸 최악의 사고가 발생하며 미초타키스 정부의 이민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지만, 이 사고는 국내 경제 문제를 최우선시하는 그리스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각종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미초타키스 총리는 경제성장을 이뤄내고 실업률을 낮췄다(2021년 7월 17%→올해 6월 11.2%)"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