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언니' 이미지서 벗어나고픈 진서연 "코미디도 OK"

/사진=앤드마크

배우 진서연이라 하면 강인한 여성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진서연의 숏컷 헤어는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았다. 영화 '독전'의 보령, 드라마 '원 더 우먼'의 한성혜, '행복 배틀'의 송정아까지 그동안 보여준 캐릭터 역시 한몫했다. 누군가를 서포트하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는 캐릭터들은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에게는 큰 힘이 됐다. 어느새 '센 언니'의 이미지가 무척 강해졌지만, 진서연은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ENA '행복배틀'은 내 행복을 위해 남의 행복을 부숴버리며 치열한 SNS 배틀을 벌이던 엄마들이 억압과 상처, 비밀에서 자유로워지고 진정한 자아를 되찾는 내용을 담은 서스펜스 드라마다. 극 중 뷰티 기능 식품 업체 '이너스피릿'의 설립자이자 대표이사 송정아 역을 맡은 진서연은 방송 종영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시원시원하고 화끈한 성격의 송정아는 회사는 물론 엄마들 커뮤니티 안에서도 대표를 맡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외로움과 싸우는 인물이다. 극 초반에는 오유진을 살해한 살인범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줬지만, 점차 장미호(이엘)의 조력자가 된다.


"초반에는 관객들이 철저히 미워할 수 있도록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후반부에 정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는 장면들이 많잖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밉기만 한 캐릭터라면 하지 않았을 텐데 나중에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범인처럼 보이는 덫을 놓자고 감독님이 요구하셨을 때 이해가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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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는 믿고 의지할 사람이 하나 없는 송정아는 연하의 남편과 아들, 철없는 남동생들을 책임지기 위해 다양하게 나선다. 특히 사고를 치는 가족들을 내치지 않고 보듬는 모습은 전형적인 K-장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행복배틀'에서 유일하게 빌런이 아닌 인물이 정아라고 생각해요. 가족들을 위해 희생한 워킹맘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주변에서는 '또 악역이냐'고 말해서 '보면 알아'라고 말했어요. 후반부에 다 풀리니까 초반에는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하게 연기해도 되겠다 싶었어요. 사실 저라도 그랬을 것 같아요. '나는 내 사람 안 내쳐'라는 대사가 있는데 정아를 잘 표현한 것 같아요. 가족들이 사고를 칠 때마다 '쟤를 어떻게 하지'라며 고민하면서도 계속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행복배틀'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송정아 역시 원작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진서연은 원작을 읽지 않고 자신만의 송정아를 창조했다. 진범의 정체 역시 알지 못한 채 연기에 임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사실적인 연기가 나올 수 있었다.


"감독님도 원작을 안 읽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도 '누가 죽인 거예요'라고 물어봤는데 감독님이 '우리의 미래를 우리가 알 수 없지 않습니까'라고 하시더라고요. 결말을 모른 채로 연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다른 캐릭터의 서사도 보지 않았어요. 결말 자체는 예상했는데 그 과정에서 예상 못 한 부분이 있었어요. 유진이에게 숨겨진 딸이 있던 것이나 차장님이 현장에 숨어있던 것들이요. 모른 채로 보니까 더 재미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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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배틀'은 0%대의 낮은 시청률로 시작했으나 입소문을 타며 시청률이 꾸준히 상승했고 2.6%의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진서연은 꾸준한 상승세에 기뻐하며 종영 이후까지 이 기세가 이어가기를 바랐다.


"OTT 시리즈가 아니라 매주 보셔야 하는데 그럼에도 입소문이 많이 나서 시청률이 4배가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완전히 종영한 뒤가 기대돼요. 주변에서는 몰아서 보겠다는 사람이 많거든요. 몰아보는 분들이 생기면 그 이후에도 분위기가 좋지 않을까 싶어요."


'행복배틀'이 사랑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소재를 현실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전부 제가 모르는 세계더라고요. 진짜 그러냐고 물어보니 작가님이 실제 있던 일을 토대로 썼다고 하더라고요. 영어 유치원 보내는 강남 엄마들 이야기 들어보니 진짜라며 난리 날 거 같다고 하더라고. 제 관심사와는 다르지만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행복 배틀'은 현시점에서 이슈가 되는 소재들이 집합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명품 자랑, 자식 자랑을 넘어 커뮤니티, 일상을 자랑하는 것들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이겠다 싶었어요."


다만, 진서연이 정의하는 행복은 달랐다. 평소에도 사치를 싫어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진서연은 소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찾았다. 직업적으로도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냈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꼈다.


"오늘 내가 먹고 싶은 밥을 먹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고 싶은 데를 가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커피 한잔하고 그런 소소한 것들이 진짜 행복인 것 같아요. 드라마 안의 이벤트가 행복한 순간은 아닌 것 같다. 촬영하면서도 완전히 몰입해서 쏟아내고 집에 오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럴 때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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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815밴드의 뮤직비디오 '아이 러브 유'로 데뷔한 진서연은 어느새 20년이 넘는 경력을 쌓았다. 특히 2018년 영화 '독전'에서 진하림(김주혁)의 파트너 보령 역을 기점으로 인지도를 끌어올렸고 '원 더 우먼', '리미트' 등을 통해 자신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심어줬다.


"저는 팬 층을 보면 여자분들이 90%가 넘더라고요. 그 이유를 여쭤보면 저로 인해 자신감을 얻고 용기를 얻으신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려고 한 건 아니지만, 제가 작품을 보면 외부의 영향으로 변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스스로의 주도하에 일을 처리하는 캐릭터를 많이 했더라고요. 시청자분들이 '저 언니처럼 하고 싶어'라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 관점에서 여성분들께 용기를 주고 있지 않나 싶어요."


여전히 "재미있어서" 연기를 한다는 진서연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코미디라는 장르에 대한 강한 도전 욕구를 드러냈다.


"저는 연기 자체가 재미있고 지금도 재미있어서 연기를 해요. 제 나이에 날 수 있는 다양한 군상을 연기해 보고 싶어요. 캐릭터만 매력적이라면 2~3신 나오더라도 할 것 같아요. 머리도 기르는 중이에요. 다음 작품에서는 긴머리로 나와보고 싶기도 해요. 지금까지는 대부분 센 캐릭터가 들어왔는데 코미디, 액션, 맬로 등 다양한 연기를 해 보고 싶어요. 그 중 1순위는 코미디예요. 근데 공포는 못하겠더라고요. 최근에 공포 장르의 시나리오가 들어왔는데 읽기만 해도 무섭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