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윰블리'의 앞치마 벗고 '잠'에 취한 정유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윰블리'(정유미+러블리)의 변신은 무죄다. 배우 정유미가 신작 '잠'에서 특유의 러블리한 매력을 지우고 신들린 열연으로 초가을 극장가에 신선한 충격을 예고한다.


정유미는 데뷔 후 탄탄한 연기력과 특유의 해맑고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윰블리'로 불리며 사랑받아온 배우. 특히 드라마 '케세라세라' '로맨스가 필요해 2012' '연애의 발견' 등 로맨스물에서 강점을 보이며 1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그 사랑스러운 매력은 나영석 PD의 예능들에서도 십분 발휘돼 대중적인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나만 알던 스타에서 모두가 사랑하는 스타가 된 것 . '윤식당' 시즌 1·2, '여름방학', '윤스테이', '서진이네' 등 모두 정유미의 통통 튀는 마성의 존재감이 고스란히 묻어나며 프로그램 인기에 크게 기여했다.





정유미가 드디어 '정이사'의 앞치마를 벗고 본업으로 돌아왔다. 정유미는 영화 '잠'(감독 유재선)으로 역대급 변신에 도전, 기분 좋은 배신감을 선사한다. 이는 2019년 367만 관객을 모은 '82년생 김지영' 이후 4년 만의 스크린 컴백작으로 최근 작품 활동보다 예능 출연이 잦았던 만큼, 더욱 반가움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정유미는 '잠'에서 데뷔 20년 차 배우의 진가를 폭발, 티켓값이 아깝지 않은 열연을 펼쳤다. '윰블리'로만 설명되기엔 아쉬운 연륜이 켜켜이 쌓인 진득한 연기 내공을 가감 없이 터뜨린 것이다. 이미 1000만 흥행작 '부산행'의 마동석 아내 성경, '염력'의 악역 홍상무, 그리고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과 영화 '82년생 김지영' 등 다수의 작품으로 독보적인 색깔을 증명하긴 했지만 '잠'으로 자신의 배우로서 진가를 다시 한번 증명한다. 정유미의 배우로서 강점이 집약되어 껍질을 한 꺼풀 벗겨낸 성장을 확인할 수 있어 더 값진 작품이다.



현실 공포를 표방하는 '잠'에 정유미의 생활 밀착형 연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웰메이드 장르물 한 편을 탄생시킨 것. '잠'은 가장 일상적인 행위인 '잠'이라는 소재에, '몽유병'이라는 유니크한 설정과 '봉준호 감독 제자' 유재선 감독의 재기 넘치는 연출력이 어우러져 기존 스릴러물과 결을 달리한다.




여기에 정유미가 남편 현수(이선균)의 수면 중 이상행동으로 잠들지 못하는 아내 수진 역할을 맡아 혼신의 열연을 펼친다. 점차 히스테릭하게 변모하는 모습이 그야말로 압권이다. "둘이 함께라면 극복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며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강인한 모습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다가도 "나라고 뭐 당하고 있을 줄만 알았어?"라고 섬뜩하게 돌변, 예측 불가 긴장감을 조성하여 영화적 재미를 끌어올린다. 특히 정유미는 가장 사랑하는 존재인 남편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느끼며 변해가는 과정을 능수능란한 강약 조절로 세밀하게 표현, 공감과 몰입도를 높인다. 수진 캐릭터에 보는 이들의 감정 이입을 절로 유도하며 '현실 공포물'의 묘미를 제대로 살려내, 단순히 섬뜩함을 넘어선 객석을 옥죄는 공포를 안긴다.


배우 이선균과 신혼부부 케미는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다. 두 사람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첩첩산중'(2009) '옥희의 영화'(2010) '우리 선희'(2013) 등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잠'으로 벌써 네 번째 함께하며 '믿고 보는 조합'다운 앙상블을 보여준다. 정유미와 이선균 모두 장기인 현실과 맞닿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복합적인 인물 심리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환상의 시너지 효과를 발산한다.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 94분 내내 절대 한눈 팔거나 '잠' 들 수 없게 만든다.



정유미의 또 하나의 인생작이 될 '잠'은 오는 9월 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