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는 과일 싸다며" 깜짝…세계 곳곳서 '과일 인플레' 시름

/사진=이미지투데이

전세계 곳곳에서 과일값이 급등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공급이 불안해진 데다 산유국들의 감산 정책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생산·유통단가가 오른 탓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과일 수요가 증가한 것도 가격에 영향 준 것으로 보인다.
플로리다 허리케인 강타 여파…오렌지 생산량 2차대전 이후 최저27일 투자정보제공업체 인베스팅에 따르면 뉴욕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냉동 오렌지주스 선물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1만5000파운드당 349.4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냉동 오렌지주스 선물가는 시장에서 저품질 과일 시세를 나타내는 지표 역할을 한다.

소매점 생오렌지주스 가격도 냉동 주스 선물가를 따라 급등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시내 소매가 기준으로 생오렌지주스 가격은 1파운드당 3.415달러로, 5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41.3%쯤 올랐다. 오렌지 등 귤류 생과일 가격도 마찬가지다. 2019년 8월 1파운드당 1.442달러였던 가격이 5년 후인 지난달 1파운드당 1.623달러로 12% 상승했다.


이는 최근 미국 플로리다 주 오렌지 생산량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플로리다 주는 미국 내 오렌지 공급의 90%를 담당한다. 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2~2023년 플로리다 오렌지 생산량은 1585만 상자로, 지난 수확기의 38%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2021~2022년 생산량은 4100만 상자를 웃돌았다.

플로리다 주 오렌지 생산량이 급감한 것은 지난해 9월 이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이안'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안의 최대 풍속이 시속 240km에 달했으며 현지 매체에 따르면 플로리다 주에서만 140명 이상이 숨졌다. 이번 수확기를 앞두고 오렌지나무에 치명적인 감귤녹화병이 급격히 확산됐다는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인베스팅은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에 따르면 올해 허리케인이 플로리다 인근에 추가 상륙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오렌지주스 선물가가 더욱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잭 스코빌 퓨처스그룹 수석 작물 애널리스트는 인베스팅에 "트레이더들은 플로리다의 농작물에 또다시 피해를 줄 수 있는 폭풍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선물 매도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대서양에서 또 다른 폭풍이 형성돼 리스크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오렌지 외 다른 과일 가격 사정도 비슷하다. 미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딸기 가격은 5년 전에 비해 29%, 포도는 16%, 바나나는 9% 올랐다. 워싱턴포스트는 미주 대륙 주요 과일생산처인 멕시코에서 최저임금이 오른 데다, 미국 출입국당국이 남미 노동자들의 입국을 엄격히 통제하면서 일손 부족으로 생산단가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CNBC는 팬데믹 기간 동안 건강 식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일 수요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역시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요인이다.
'동남아 과일 싸다'도 옛말? 망고스틴 신고가, 용과 가격 3배 급등

2014년 신세계백화점이 수도권지역 5개 점포 식품관에서 망고스틴(태국산)을 판매했다.(자료 사진) /사진=뉴스1

주요 과일 생산지로 꼽히는 동남아 지역도 과일 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중이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현지 망고스틴 가격은 지난 5월 기준 1kg당 200바트(7386원)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전 최고가는 1kg당 161바트였다. 1kg당 110바트(4062원) 안팎이었던 두리안 가격도 이번 수확기에 들어 1kg당 190~200바트까지 치솟았다.

태국 통상부는 중국 수출량이 급증하면서 국내에 품귀 현상이 빚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일 HSBC 리포트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2년간 60억 달러(8조원) 규모의 두리안을 수입했다. 이는 전세계 수요량의 91%라고 한다. 중국 내에서 두리안이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베트남은 올해 2월 중국의 육상무역 규제 완화와 함께 용과 가격이 3배까지 뛰었다. 베트남익스프레스 보도에 따르면 티엔지앙 주, 빈 투언 주 등지에서 출하된 백용과 가격은 각각 1kg당 3만2000동, 2만5000동에 거래됐다. 모두 전년 동기 대비 3배 수준이다.

현지업자들은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폐기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수송차량들이 국경을 넘으려면 며칠씩 기다려야 했던 코로나 팬데믹 때와 달리 육상교통이 원활해지면서 수출량이 폭증했다는 것. 중국은 베트남 용과 생산량의 90%를 수입해간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 이마트 용산점에서 모델들이 당도가 높고 향이 풍부한 베트남산 용과를 선보이고 있다. 2015.1.14 /사진=뉴스1

호주, 홍수·산불 겹쳐 과수농가 피해 극심호주 ABC뉴스는 호주 소비자들이 과일 값 때문에 마트에 계산기까지 들고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호주 과수농가는 라니냐 현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비료값 상승, 일손부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특히 열대성 사이클론 '엘리'의 영향으로 막대한 홍수 피해를 입은 데다 산불까지 겹쳐 피해가 막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레드 그린빌 호주 농림자원경제과학청(ABARES) 사무총장은 "이번에 홍수 피해를 입은 지역은 국내 농산물 생산량의 40%를 담당하는 곳들"이라며 "최근 수년간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ABC뉴스에 말했다. 시민단체 어스베지 소속 운동가 션 린데는 "태즈매니아, 빅토리아, 뉴사우스웨일즈 등지에서 극도로 습한 기후와 홍수가 이어졌다"며 "과일, 채소 값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