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흑자' 탈출 가시권…한은 "경상수지 흑자기조 정착"

지난 9월 경상수지가 5개월 연속 흑자를 낸 가운데 상품수지가 2년만에 최대 흑자를 기록하며 '불황형 흑자' 꼬리표를 점차 떼는 모습이다. 지난달엔 통관기준 수출이 13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하면서 향후 전망도 밝다.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은 경상수지 회복 흐름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이다. 중동분쟁이 장기화해 국제유가에 불을 질러 상품수지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한은이 발표한 '2023년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9월 수출액은 556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4%(13억5000만달러) 감소했다.

13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지만 뜯어보면 긍정적 신호도 감지된다. 지난 8월(-6.3%, 35억9900만달러)보다 감소폭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수입(482억3000만달러)은 전년 동기 대비 14.3%(80억2000만달러) 감소했다. 이에 따라 수출에서 수입을 뺀 상품수지는 74억2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2021년9월(95억4300만달러) 이후 2년 만에 최대 흑자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분기별 경상수지 흐름을 보면 1분기 45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다 2분기 70억1000만달러 흑자전환했고 3분기에는 141억4000만달러로 흑자폭이 크게 확대됐다"며 "이런 흐름을 감안했을 때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정착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들어 나타난 '불황형 흑자' 탈출이 임박했다는 게 반가운 소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월 통관기준 수출은 550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13개월 만에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한은은 경상수지 연간 전망치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본다. 앞서 한은은 지난 8월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으며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기존(240억달러)보다 30억달러 많은 270억달러로 상향 제시한 바 있다.

신 국장은 "4분기에도 반도체 회복 흐름, 자동차 수출 호조 지속 등으로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유가와 동절기 난방수요 등으로 3분기보다 흑자규모가 줄어들 수도 있지만 올해 전망치 270억달러 흑자에는 대체로 부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3.1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변수는 국제유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무력충돌에 따른 중동 정세 악화에 따라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뛰면 수입을 자극해 상품수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당장은 국제유가가 안정적인 모습이지만 이란 참전 등 확전 양상으로 번지면 국제유가 급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계은행(WB)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동 지역 분쟁이 지금보다 커지는 등 최악의 경우 국제유가가 최대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 국장도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확전돼 이란이 참전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물가와 경상수지,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유가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중국 단체관광 허용에 따른 여행수지 적자 개선이 예상보다 못하다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9월 중국인 입국자수는 26만4000명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코로나19(COVID-19)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 수준에 그친다.

신 국장은 "한·중 항공여객선 운항 정상화와 단체관광 인프라가 개선되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 추후 중국인 관광객이 얼마나 많이 들어올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조금씩 개선되는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