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배 빠른' 지하철 와이파이 사라진다

선로에 구축한 5G 28㎓ 기지국 백홀장비(왼쪽)와 객차 내 설치된 와이파이 공유기(AP)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앞으로는 지하철 내 와이파이 속도가 조금 느려질 전망이다. 수도권 지하철 일부 구간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해 왔던 28㎓ 주파수 대역을 활용한 와이파이 백홀 서비스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몇 안 되는 '28㎓ 대역 5G' 체감의 기회가 사라지는 셈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30일로 통신3사의 수도권 지하철 일부 구간 28㎓ 주파수 활용 기간이 종료된다. 시범사업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주파수 이용 기한 연장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이해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기존의 지하철 와이파이 백홀은 LTE를 활용했다. 하지만 정부와 통신3사가 2021년 11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지선 구간에 28㎓ 5G 와이파이를 우선 적용, 속도를 측정한 결과 이동 중인 객차 안에서 600~700Mbps 속도로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71.05Mbps 대비 10배가량 빠른 속도다. 이에 SK텔레콤 (52,000원 ▲200 +0.39%)·KT (37,100원 ▼150 -0.40%)·LG유플러스 (9,910원 0.00%) 등 통신 3사는 서울지하철 2·5·6·7·8호선 일부 구간을 분담해 각각 500여개의 기지국을 구축, 시범서비스에 돌입했다.

28㎓ 대역 주파수는 최대 20Gbps에 이르는 5G 전파의 최대 속도 구현이 핵심이지만, 강한 직진성과 낮은 투과율로 인해 실제 5G 스마트폰에서는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하철 와이파이는 28㎓ 대역 5G 활용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았고, 현 정부 출범과 함께 통신 분야의 국정과제로도 꼽혔다.

그러나 통신3사의 주파수 할당조건 미이행에 따른 할당 취소 처분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말 KT와 LG유플러스에 이어 올해 5월 SK텔레콤마저 28㎓ 대역 주파수를 반납했다. 사업을 계속하려면 기지국을 대거 구축해야 하지만 타산이 맞지 않아 포기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하철 와이파이의 예외적 조치 필요성, 대국민 편익 등을 고려해 이달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주파수 이용을 허용했지만 이마저도 기한이 다가왔다.


정부는 대국민 서비스 차원에서 통신3사가 5G 28㎓ 지하철 와이파이를 계속 운영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사업자를 강제할 수 없다보니 사실상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SK텔레콤은 사업자 협의에 따라 28㎓ 대역의 지하철 와이파이 서비스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게 기존 입장이었다. 하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주파수 운용 실정을 고려할 때 더는 서비스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이에 SK텔레콤도 홀로 서비스를 계속하긴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통신3사는 12월부터 28㎓ 대역 기지국의 전원을 내린다. 다만 지하철 객차 내 와이파이 서비스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통신 3사는 기존 LTE를 백홀로 활용한 지하철 와이파이 서비스를 지속한다. 5G 28㎓ 지하철 와이파이의 도입 구간도 제한적인 만큼, 이용자 불편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도, 또 정부도 이용자 편익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28㎓ 지하철 와이파이는 신규 사업자, 5G 특화망 사업자 등이 통신3사의 역할을 맡아야 재개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내달 19일까지 5G 28㎓ 신규사업자의 주파수 할당 신청 접수를 진행한다. 다만 공익적 기능이 중시되고 사업성은 낮은 탓에 통신3사마저 포기한 주파수 대역에 신규사업자의 진입을 낙관하긴 어렵다. 이미 주파수를 회수당한 통신3사는 입찰에 참여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