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정지' 황의조 2경기 연속골 '환상 중거리포' 현지도 칭찬... 노리치는 2-3 역전패

황의조. /사진=노리치시티 SNS

경기 준비하는 황의조. /사진=노리치시티 SNS

불법촬영 혐의로 국가대표 자격이 정지된 황의조(31·노리치시티)가 소속팀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리그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려 확실한 주전 공격수라는 것을 입증했다.

황의조의 소속팀 노리치는 29일(한국시간) 영국 왓포드의 비커리지 로드에서 열린 2023~2024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18라운드 왓포드와 원정경기에서 2-3으로 역전패했다. 전반 초반까지만 해도 2-0으로 앞섰지만, 이후 수비 집중력이 무너져 3골을 허용했다. 2-2 동점이던 후반 32분 왓포드 공격수 야세르 아스프리야에게 결승골을 얻어맞았다.


이로써 노리치는 7승2무9패(승점 23)를 기록하고 리그 14위에 랭크됐다. 최근 2연승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래도 승격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는 6위 헐시티(승점 30)와 격차가 크지 않다. 분위기 반전을 노릴 수 있다.

이날 대한민국 공격수 황의조는 전반 12분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노리치 4-2-3-1 포메이션의 2선에 배치됐다. 원톱 바로 밑에 자리 잡아 공격을 지원했다. 황의조는 이른 시간 골까지 넣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골을 기록하고 5분 뒤인 전반 17분, 부상 때문인지 갑작스럽게 교체됐다. 노리치 구단은 SNS를 통해 "황의조를 애슐리 반스로 조기 교체했다"고 전했다. 득점말고도 황의조는 패스 3번을 시도해 모두 동료에게 연결했다. 성공률 100%였다. 공중볼 경합에서도 한 차례 승리했다.

축구통계사이트들은 황의조에게 높은 평가를 내렸다. 축구통계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황의조에게 평점 7.32를 매겼다. 팀에서 가장 높은 평점이었다. 또 다른 통계매체 풋몹 역시 팀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평점 7.2를 주었다. 소파스코어의 평점은 7.2였다. 이 역시 노리치 선수들 가운데 두 번째로 좋은 평점이었다.


황의조의 골은 전반 12분에 터졌다. 노리치는 상대 진영에서 강한 압박을 가해 공격권을 가져왔다. 하프라인 앞에서 노리치 미드필더 가브리엘 사라가 전방에 있던 황의조를 보고 패스를 건넸다.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공을 잡은 황의조는 공간이 생기자 과감히 중거리 슈팅을 시도, 이것이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왓포드 골키퍼 벤 하머가 손을 뻗었다. 하지만 황의조의 슈팅이 워낙 빠르고 강해 막아내지 못했다.

골이 들어간 것을 확인한 황의조는 두 팔을 벌려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황의골에 대해 "벼락같은 대박골"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황의조가 넣은 골 장면을 업로드했다.

최종 스코어. /사진=노리치시티 SNS

황의조. /사진=노리치시티 SNS

황의조는 최근 뛰어난 경기력을 뽐내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 26일에 열린 리그 17라운드 퀸스파크레인저스(QPR)와 홈경기에서도 결승골을 터뜨렸다. 덕분에 노리치도 1-0 짜릿승을 거뒀다. 당시 황의조를 향해 칭찬이 쏟아졌다. 후스코어드닷컴은 황의조에게 평점 7.0을 주었다. 풋몹의 평점은 7.4, 소파스코어의 평점은 7.1이었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황의조는 팀 주전 공격수로 올라선 모양새다. 최근 리그 5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했다. 데이비드 와그너 노리치 감독도 황의조를 신뢰하는 듯하다. 황의조도 골로 보답하고 있다. 올 시즌 황의조는 리그 13경기에 출전해 3골을 기록 중이다. 선발 출장은 7차례였다.

노리치시티 선발 명단. /사진=노리치시티 SNS

왓포드전에서 골을 넣은 노리치시티 선수단이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노리치시티 SNS

위르겐 클린스만호에서도 황의조는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지난 16일에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1차전에서 페널티킥 골을 기록했다. 한국도 5-0으로 크게 이겼다. 황의조는 21일 월드컵 2차 예선 C조 2차전 중국 원정에서도 출전해 팀 3-0 승리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황의조는 '불법 촬영 혐의'로 인해 전날(28일)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국가대표팀 자격 정지를 받았다.

팀 훈련에 집중하는 황의조. /사진=노리치시티 SNS

황의조. /사진=노리치시티 SNS

대한축구협회는 28일 이윤남 윤리위원장, 김원근 공정위원회 부위원장,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 박태하 전력강화위원, 최영일 부회장, 정해성 대회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황의조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협회는 황의조의 국대 자격 정지를 내렸다. 이와 관련해 협회는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 황의조를 국가대표팀에 선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황의조 문제와 관련해 회의를 주재한 이윤남 윤리위원장은 "아직 범죄 사실 여부에 대한 다툼이 지속되고 있고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협회가 예단하고 결론 내릴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국가대표는 고도의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자기관리를 해야 하며, 국가대표팀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할 위치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윤남 위원장은 "선수가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있는 점, 이에 따라 정상적인 국가대표 활동이 어렵다는 점, 국가대표팀을 바라보는 축구팬들의 기대 수준이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황의조 선수를 국가대표로 선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황의조.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번 결과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은 "현재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며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답했다. 황의조는 클린스만호의 '조커' 역할을 수행했다. 주로 후반에 교체 투입돼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했다. 황의조는 통산 A매치 62경기를 뛰며 19골을 기록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3월부터 꾸준히 대표팀 명단에 들었다. 클린스만호가 치른 A매치 9경기에서는 3골을 뽑아냈다. 지난 해 2022 카타르 월드컵에도 출전해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황의조가 국대 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클린스만 감독은 다른 옵션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내년 1월에 열리는 카타르 아시안컵 계획을 바꿀 수 있다. 한국은 1960년 우승 이후 64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한다. 앞서 클린스만 감독도 아시안컵 우승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황의조가 불법 촬영 혐의를 벗지 못할 경우 아시안컵 출전은 불가하다.

황의조는 불법 촬영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이번 사건은 지난 6월 SNS를 중심으로 황의조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내용의 글과 영상이 게시돼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유포자는 자신을 '황의조와 만났던 여자'라고 소개했다. 이에 황의조 측은 휴대전화를 도난당한 뒤 유포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등 이용 협박·강요 혐의로 사생활 폭로글 게시자를 고소했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은 영상 조사 과정에서 황의조가 불법촬영을 한 혐의가 있다고 봤다. 이에 황의조를 피의자로 전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황의조 측은 "합의된 영상"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황의조는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대환을 통해 지난 21일 "황의조와 과거 연인 사이임을 밝힌 여성 측에서 황의조가 어떠한 동의 없이 불법촬영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며 "관계시 촬영에 이용된 영상장치는 황의조가 당시 사용하던 일반 휴대폰이었다. 굳이 숨길 필요도 없이 황의조가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촬영을 했고, 이 여성도 분명히 이를 인지하고 관계에 응했다. 또 해당 촬영물은 연인 사이였던 여성과 같이 봤다"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황의조.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왼쪽부터 박태하 전력강화위원, 정해성 대회위원장, 김원근 공정위원회 부위원장, 이윤남 윤리위원장, 최영일 부회장, 마이클뮐러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황의조 문제에 대해 회의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러나 피해자의 의견은 달랐다. 뉴시스에 따르면 피해자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피해자와 황의조간의 카카오톡 및 통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피해자 A씨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피해자 A씨 측이 공개한 통화 내용을 보면, A씨는 황의조에게 "내가 보여달라고 하고, 분명히 지워달라고 했었고", "근데 왜 그게 아직도 있냐는 거지"라며 "내가 싫다고 분명히 얘기를 했잖아", "불법적인 행동을 한 건 너도 인정을 해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그러자 황의조는 "피해가 안 가게 엄청 노력하고 있어", "찍었을 때 이런 일 생길지 몰랐어", "진짜 미안"이라고 답했다. 또 A씨는 "여기서 네가 마무리를 잘해주면 너에 대해 뭔가 법적인 조치를 취할 생각은 없다", "너도 피해자라는 걸 알아"라고 말했다.

해당 통화 직후 황의조는 "불법으로 촬영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유하고 있던 걸 도난당한 건 내 부주의니까 피해 안 가게 노력하겠다"고 메신저로 보냈다. 이와 관련해 A씨 측은 황의조가 '불법촬영이 아니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황의조.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곧바로 황의조 측은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황의조 측은 "피해 여성 측에서 제기하는 황의조의 영상 유포 등은 전혀 사실무근이고, 근거 없는 음해이다. 황의조는 영상 유포의 피해자임을 재차 강조한다"고 했다.

또 황의조 측은 "피해 여성 측에서 공개한 녹취는 사건 발생 이후 피해 여성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것으로서 의도적으로 작출된 것이다. 사건 발생 이전, 장기간에 걸쳐 축적된 그 이전 대화 내용들도 공개할 의사가 있는지 묻고 싶다. 황의조 측에서 보유한 당사자간 대화 내용들은 오히려 황의조의 주장에 부합되는 것들이다. 다만 대화 내용 공개시 피해 여성은 물론, 그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황의조는 수사기관에 제출해 결백을 소명하는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바그너 노리치 감독은 황의조 논란에도 선수를 믿고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바그너 감독은 영국 지역지 '더핑크언'을 통해 "한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지 못한다.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며 "황의조 본인과 그의 에이전트, 구단 단장이 이 일을 대응할 것이다. 내가 판단하고 통제할 수 있는 건 그라운드 위 모습뿐이다"고 말했다.

황의조. /사진=OSEN